Life in Winnipeg

[398th] SNS 설정 샷은 한국이나 캐나다나 똑같다 ㅋㅋ

­Kaya 2017. 6. 30. 21:38



그저께,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손님도 많이 없어서

커피 한 잔 홀짝거리면서 양상추를 씻으며 사부작 근무를 하고 있는데,

벽난로 쪽에 앉아있던 예쁜 여자 손님이 카운터로 오시더니,

"혹시 아주 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하고 물어보심.


ㅇㅇ 아주 큰 부탁 하나 해 보렴- 하고 씻던 양상추를 잠시 내려두고 가까이 다가갔더니,


"혹시.. 우리 사진 좀 찍어줄 수 있을까??

내가 블로그를 하는데, 여기 조명이나 분위기가 좋아서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려고...."

하고 말을 하심.


아하 그렇구나. 그 정도 쯤이야. 내가 찍어주게씀!! 하고 쫄래쫄래 따라나감.


친구인 다른 여자분과 예쁜 머그에 담긴 커피 한 잔 씩 마시고 있던 중이었는데,

벽난로 옆쪽 쇼파에 앉더니


각도를 이렇게 해서 구도는 이렇게 찍어주고 총 네 장을 찍어주길 부탁할게-

두 장은 상체부터 머리까지 나오게 해서 머리 위 여백이 이 정도 남도록 찍어주고,

나머지 두 장은 발끝부터 머리까지 모두 나오게. 위아래 여백이 각각 이 정도로 남도록 찍어줘 부탁할게~


하고 아주 구체적인(!) 사진에 대한 요구를 함.


그냥 가서 찰칵 찍어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근무하다 갑자기 SNS 찍사로 불려나감??


물론 요구하는 대로 사진은 찍어줌. 나는 친절하니까. (고맙다고 나갈 때 팁을 엑스트라로 더 내고 가심 ㅎㅎ)


처음 상체샷 한 장은 둘 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예쁘게 미소를 지음. 하나둘셋-


두번 째 샷을 찍으려는데....

갑자기 사진을 부탁한 여자가 "그러고나서 말이야 걔가 이런 말을 했어~" 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둘이 서로 쳐다보면서 깔깔깔깔 웃으며 하늘을 쳐다보며 숨 넘어가게 웃다가 뚝- 멈춤....

하늘을 쳐다보며 웃고 있던 그 얼굴 표정 그대로 멈춤!!!!

소리도 멈추고 움직임도 멈추고.... 얼굴 표정은 그대로 웃고있는데.. 읭.. 좀 무서웠음....

일단 찌..찍음.... 하나둘셋-



그 다음 풀샷 찍는데, 또 막 쓸데없는 이야기 함. "내가 결국 걔랑 거길 갔잖아~" 하더니

또 막 깔깔깔깔깔깔- 하며 5초 정도 웃고는 또 그대로 멈춤.... 이렇게 두 장을 더 찍어줌.


그냥 무뜬금으로 갑자기 미친 듯이 웃을 수는 없으니

아무 말이나 내뱉은 다음 그 말이 웃기다는 듯이 웃기 시작한거였고요.

진짜 말을 저렇게 함. 이런, 저런, 걔가, 거기에 등등 지시사를 많이 쓰더라고요.


어쨌든 결과물 사진을 보더니 아주 흡족해하며 고맙다고 했어요.



그 사진이 어떤 결과물이었냐면,, 마치..

해외 의류 브랜드 광고를 촬영하는 모델들이 엄청 막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갈 듯한 웃음을 얼굴에 띠고

마치 정지된 화면에서 웃음소리가 시끄럽게 날 듯한.... 그런 행복하게 웃음이 터진 모습의 사진이었음.


외국애 페이스북 같은 데도 한번씩 보면 나 파티했당 즐거웠던 시간 찰칵- 이러면서

친구들이랑 즐겁고 행복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 같은 게 올라오는데,

어떻게 저렇게 웃는 타이밍을 잘 맞춰서 사진을 찍은걸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렇게 만들어지는 설정샷이었음.... ㅎㅎ



다시 플로어로 돌아오는데 그 과정을 바 안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던 슈퍼바이저가

저게 대체 뭐였지.. 하는 듯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봄 ㅋㅋㅋㅋㅋㅋㅋㅋ


휴대폰도 없고 유일하게 하는 SNS가 페이스북인,

그 마저도 강아지 고양이 왕좌의게임 커피 관련 게시물만 공유하기 누르고 아들들과 저를 태그하는

그 활동들이 전부인 우리 슈퍼바이저는 진짜 ㅋㅋ 굉장한 충격을 받은 듯 해 보였음 ㅋㅋㅋㅋ



이 손님의 블로그에 사진과 설명이 어떻게 올라올지 진짜 궁금하당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