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졸졸졸뛰뛰빵빵빵

이해하기 어려운 감점 항목..

­Kaya 2019. 5. 16. 13:31



작성한 코드들 중 한 가지가 내가 짠 방식보다 더 condensed 될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함.

그 한 가지 코드 외에 다른 코드에서는 더이상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없었고, 선생님도 그건 인정하셨음.

어쨌든 하나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니 이 항목의 감점은 충분히 납득 가능해요.



문제는 협력 파트인데....

그룹 프로젝트였다면 당연히!! 백번 천번 만번 이해가 가는 채점 기준이지만

개인 프로젝트에서 왜 협력이 평가항목인건지 이해를 잘 못하겠음..

전 4점 만점에 3점을 받았는데,


3점을 받기위해 충족시켜야하는 수준은

"수업시간에 프로젝트를 위한 도움을 잘 주고 받았다" 이고,


4점을 받기위해 충족시켜야하는 수준은

"수업 외적으로도 프로젝트를 위한 도움을 주고 받았다" 예요.



저희는 4시에 수업이 다 끝나는데,

코드가 꼬여서 애를 먹던 친구들은 4시 이후에도 더 남아서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여기서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은 코드를 짜는 것에 꽤나 익숙한 경력자들이에요.

그래서 코드가 꼬여서 애를 먹던 친구들은 경력이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SOS를 쳤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수업이 끝난 4시 이후에도 더 남아서 다른 친구들의 코드를 수정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어요.


이 항목은 사실 저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항목인거죠.

난 내가 작성한 코드가 미친 듯이 꼬이진 않았고, 일부 꼬였던 코드들은 나 혼자 힘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찾아가서 질문할 이유가 하등 없었음. 혼자 조금 고민하면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저는 마지막날 디버깅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 들였고, (하루 온종일을 쏟아부었음..)

오늘 발표한 17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버그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은 건 제 프로젝트 밖에 없었어요.

첫 플레이에 버그가 발견되지 않아서 선생님이 다른 시나리오로 리플레이 하셨지만 여전히 버그가 없었음.

왜냐하면 내가 모든 시나리오를 전부 다 확인했으니까 흑흑 ㅠㅠ (때려넣은 시간이 얼마....)

나머지 16개의 프로젝트들은 모두 선생님의 첫 플레이에서 버그가 발견됨.


난 고작 2분 남짓한 게임을 혼자 수 시간 반복적으로 플레이 플레이 플레이 하면서

발견되는 조그만한 버그들도 다 찾아서 코드를 뜯어고쳤음.


모두들 타이트한 데드라인 때문에 예민하고 스트레스 받아하는 상황에서

물론 미친듯이 고민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도움을 요청했겠지만,

친구들이 아니라 선생님께 물었겠죠. 그런 도움을 주기 위해 선생님이 존재하는거니까요.

다들 바빠서 제 코가 석자인 다른 친구들에게 굳이 시간을 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제 기준에서는 그것도 사실 민폐라 생각했어요.


선생님은 "내게 정답을 묻는 것보다 친구들과 같이 의논하고 고민하는 것을 더 권장한다" 라는 교과서적인 말을 하심.

그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말 아닌가 싶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놓고보면, 수업이 끝난 이후 시간에 매일 한두 시간씩 남아서 다른 친구의 코드 수정을 도와준 친구들은

그 시간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머리를 식혔거나, 본인 프로젝트의 디버깅에 더 시간을 투자했더라면

어쩌면 오늘 발표했던 본인들의 최종 결과물에 버그가 없었을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요??



내가 아직 캐나다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정이 넘치는(?)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캐나다 뭐 이런건가요..

내가 너무 야박한건가??

몇 년째 캐나다에 살고있지만,

그동안 제가 겪어왔던 캐나다의 문화와는 좀 다른 것 같아서요.

여태까지 관찰하고 겪어본 바로는

"개개인의 바운더리가 아주 뚜렷하게 존재하지만, 그 경계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한없이 친절하다" 정도로 요약되거든요.

제 기준 저 위의 "수업 외적인 협력" 부분은 바운더리를 심하게 넘어간 상황인데 말이죠.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어도, 걔네가 굳이 IT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는 나한테 질문할 이유도 없는건데..

내게 남아서 도와달라고 부탁한 사람도 없었고, 내가 그런 도움을 요청할 일도 없었으면

감점은 그냥 감수해야하는건가요 ㅋㅋㅋㅋ

사실 나한테 부탁을 했더라도, 수업시간 이후에 남아서 남의 프로젝트를 몇 시간씩 같이 고쳐주는 일을 내가 했을 거 같진 않음.

그건 내 일이 아니라 선생님의 일이거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본인들의 일이니까요.


물론 수업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내게 물어본 것에 대해서는 성심성의껏 짱구를 굴려 도움을 주었음.

그래서 3점이라도 받은거겠지만....


수업이 4시에 끝나는데 수업이 끝나서 집에 가는 게 뭐가 문제인건지..??

뭔가 좀 억울함 ㅋㅋㅋㅋ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매일 한두 시간씩이나 남아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친구들에게 굉장한 도움을 주었던 자비로운 친구들이 있었으니

그런 채점 기준이 생겨난 이상 그 친구들이 저보다 점수를 많이 받는 것에는 제가 할 말이 없는거죠.


(근데 문제는 자기 코드가 꼬여서 수업이 끝난 뒤에 남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았던 친구도 4점.... ㅋㅋ

수업이 끝날 때까지 혼자 해결하지 못해서 다른 친구에게 끝나고도 남아서 도와달라고 부탁한건데....

extra help를 요청한 용기가 대단하다 뭐 이런건지?? 이것도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채점 기준임..)



제 의문은 애초에 개인 프로젝트에서 협력에 관한 채점 기준이 왜 들어가있는건지 인데..

뭔가 이게 학교 과정이었고 공식 성적표가 찍혀나오고 이런 거였다면 기를 쓰고 의문을 제기했을 것 같은데

이건 정식 수업도 아니고, 기록에 남는 성적도 아니니까.. 그냥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요.


어디까지나 가르치는 선생님의 주관적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진도, 시험, 과제, 채점기준, 성적이니까요.

점수에 민감한 편이긴 해도 고작 1점 차이고, 뭐가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서

내가 모르던 무언가를 배우는 데에 의의를 두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왜 내가 수업이 끝나고도 더 남아서 했어야하나 따져묻기보다는

내가 뭘 배웠고, 뭘 할 줄 알게 되었는지, 뭘 실수했고, 뭘 어려워하는지 등등 스스로의 발전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정신승리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지도 모르지만 ㅋㅋ

그렇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요. ㅠㅠ

짧은 시간에 많은 걸 우다다다 배워야하는 인텐시브한 수업이기 때문에

정말 내 한 몸 건사하기 바쁜 입장임.

왓츠앱 단톡에서는 이미 다들 overtired, stressed out, unrealistic goal 별별 하소연이 다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수업을 시작한 뒤로 고작 1주일 + 2일을 보고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라고 하시니까요.


1점을 더 받기 위해 매일 수업 이후 남아서 친구들 코드 수정을 도와줬어야한다면

전 다시 돌아가도 그냥 1점을 포기하는 쪽을 택할 듯 해요.

나의 시간엔 1점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개인 프로젝트의 채점기준이라 하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싸울 순 없죠.

"내 점수가 깎였기 때문에 이 채점기준은 인정할 수 없다!!" 라고 우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이 그런 기준을 넣어버린 이상, 뭘 더 어쩌겠음..

어쨌든 그 부분에서 나보다 더 시간과 공을 들였던 사람이 있으니 점수를 더 받았겠죠 뭐.



그래도 프로젝트는 잘 발표하고 왔어요.

저 포함 총 17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장 다양한 user interaction으로 복잡하게 만들어진 프로젝트는 제 프로젝트였고

전체적으로 봤을 땐 제 게임보다 훨씬 더 잘 만든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이 친구는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예요.

프로젝트에 쓰인 모든 디자인을 직접 그려서 제작한 거라고 했는데, 완전 핵 고퀄이었어요 ㄷㄷㄷ

이미 공개되어있는 게임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정말 잘 만들었어요!!

버그가 하나 발견되긴 했지만, 그거 하나 빼고는 정말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는 퀄리티였음!!

안 그래도 초라했었는데 더 초라해진 나의 그림판 폭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