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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나스키스는 밴프로 가는 길에 있는,
캘거리에서 차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에요.
TJ의 학교 친구네 가족과 함께 다녀왔어요.
저번에 만두저녁에 초대를 해주었던 친구예요. [만두저녁에 초대받았던 이야기를 읽으시려면 여기]
아침 10시쯤 출발했는데, 11시가 좀 넘으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는 길 고속도로에 교통사고가 나서 정체로 인해 매우매우 차가 많이 막혔어요.
그래서 2시간 넘게 걸렸고요.
먼저 야외 바베큐를 했어요.
친구네가 준비해온 숯과 깨끗한 철판 그릴과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간 쌈채소, 쌈장,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숯불에 잘 구워서
엄청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리고 바베큐장 주변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예쁜 호수가 있었어요.
낚시를 즐기는 가족들도 많았고,
호수 주변으로 산책로와 벤치가 있어서
앉아서 책을 읽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계셨어요.
평화로운 주말,
야외에서 맛있는 바베큐를 먹고
예쁜 자연을 감상하며 즐기는 여유
여기까진 좋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행선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ㅋㅋㅋㅋ
저는 계곡으로 놀러가는 줄 알았어요.
준비물을 챙길 때,
계곡물에 발을 담그게 될테니 물빠짐 슬리퍼를 준비해오라그랬거든요.
저는 물빠짐슬리퍼가 없어서, 그냥 일반 쓰레빠(!)를 신고 감.
계곡물에서 참방참방 거리며 놀고
놀다 지치면 물가에 앉아서 과일이나 좀 주워먹고 그런 그림을 그리며 간건데....
알고보니 우린 돌산을 타는거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반적인 등산로가 아니었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평화롭고 한적한 숲속길 등산로는 옆에 따로 있었는데,
우리가 가는 곳은 그런 힐링힐링의 길이 아니었음....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않아보이는
그런 돌 무더기 + 부러진 나무 무더기 길을 헤집고 산을 오르는 코스였는데,
계곡을 따라서 거슬러올라가는 루트였고요.
한쪽으로 걷다가 길이 막히거나 절벽이 나와서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쓰러진 통나무 위를 건너거나 물살이 너무 세지 않은 계곡을 건너 반대편 길로 올라가는거였음 ㅋㅋ
그래서 계곡에 발을 담그게 되는 거였어요.... (!)
물빠짐슬리퍼는 발가락이 있는 앞쪽부분이
일반 신발처럼 막혀있어서 이런 험한 길을 걷는 데 무리가 그나마 덜 가겠지만
앞이 뻥 뚫린 쓰레빠를 신은 발이 노출되는 부분도 많고
또 발이 미끄러워서 자꾸 발이 앞으로 미끄러지며 슬리퍼 밖으로 빠져나가다보니
발이 돌에도 많이 긁히고, 물 속을 걷다 나오면 미끄러워서 슬리퍼 밖으로 발이 쑥 빠져나가고 그래서 걷기가 힘들었어요.
길이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을 때마다
계곡을 건너 반대편 길로 오르고
또 길이 막히면 다시 계곡을 건너와서 계속 오르고....
계곡을 이리저리 건넌 것만 대체 몇 번인지 모르겠음 ㅠㅠ
길은 전반적으로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ㅋㅋㅋㅋ
나무가 사방팔방에 쓰러져있고
바위와 돌이 모든 곳에 깔려있고
어떤 땅은 질척거리고 어떤 땅은 돌밭이고
돌로 된 절벽도 있고 뭐 그랬음....
진짜 사람이 다니는 흔히 길이 아니라
길을 개척하는 느낌이었어요 ㄷㄷㄷ;;
저 길을 다니는 몇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을 딱 두 명 봤어요.
한 명은 우리가 올라갈 때 홀로 하산 중인 전문가 느낌의 어느 하이커 아저씨였고,
한 명은 우리가 하산할 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제 막 들어가던 어떤 사람이었는데,
곧바로 다시 내려왔어요.
저는 중간에 절벽(?)같은 곳에서 미끄러져 진짜 죽는 줄 알았고요 ㅠㅠ
TJ가 "여기를 잘 잡고 잠깐 매달려있어" 했는데
손으로 잡고있던 돌도 막 부서져서 밑으로 떨어져내려가고
발을 딛고있던 돌틈도 너무 좁아서 서있기 힘들고 (심지어 쓰레빠를 신고서 ㅋㅋ)
몸에 힘도 막 빠져나가고
와 목숨을 걸고 이런 절벽을 몇 시간동안 오르는 암벽 등반가들은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었어
난 여기서 이렇게 죽는것인가 어헝헝
하면서 멘탈이 나가던 차였는데
먼저 출발해서 저보다 아래쪽 절벽에 매달려있던 TJ가 저를 눌러줘서 겨우 살았어요.
눌러줬다는 것은 저를 밑에서 위로 받쳐주는 게 아니라
허공쪽에서 절벽쪽으로 제 몸을 밀어눌러줬어요.
그 힘의 반작용으로 TJ 본인의 몸은 오히려 허공쪽으로 밀리려했을텐데
우리 TJ는 엄청난 운동신경을 갖고있어서 저를 도와주면서도 똑같이 절벽에 매달려있던 본인 몸까지 잘 건사했음!!
절벽을 다 내려오고나서 이야기했는데
TJ가 제 눈에서 막 혼이 빠져나가는 걸 봤대요 ㅋㅋㅋㅋ
동공이 막 풀리고 멘탈이 부서지는 게 고스란히 담겨있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저는 절벽에서 허우적대는 바람에 왼팔이 돌무더기에 긁혀왔어요.
그리고 저는 산행 내내 곰이 나올까봐 좀 많이 무서웠고요 (베어 스프레이도 안 가져왔는데..)
저는 균형감각도 좋지 않아서 외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것도 너무 어려웠어요.
웬만하면 통나무를 건너기보다는 계곡물을 밟고 건너는 쪽을 택했고요.
도저히 계곡으로 건너갈 수 없는 상태일 때만 할 수 없이 통나무 위를 죽을똥 살똥 건너갔어요 ㅠㅠ
아, 계곡물을 건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ㅋㅋㅋㅋ
만년설이 녹아서 흐르는 물인지 몰라도
미친 듯이 차가운 온도였음 ㄷㄷㄷ;;
살면서 가본 어느 계곡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온도였어요.
잠깐 한 4~5초 지나면 발이 얼어 떨어져나갈 것 같고요.
감각이 없어져요 ㅋㅋㅋㅋ
1초라도 빨리 이 계곡물에서 탈출해야 내 발을 살릴 수 있다.... 라는 생각에 조급함이 더해지면
물 속의 미끄러운 돌을 밟고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ㅎㅎ
TJ는 늘 운동을 하기 때문에 체력도 좋고, 균형 감각도 좋아요.
저는 엄두도 못 낼 통나무를 무사히 잘 건너가기도 하고요.
외통나무다리를 건너가는 TJ예요.
* 동영상을 재생하실 분은 꼭 소리를 끄거나 볼륨을 아주 낮추시고 재생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동영상인데 압축하면서 화질과 소리가 많이 깨졌어요.
이렇게 잠깐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무사히 균형을 잘 잡아요.
저는 이런 외통나무는 못 건너가요.
그래서 다른 길을 찾아헤매야했어요.
계곡 물가까지 내려와있던 사슴(?)들인데
순식간에 절벽을 타고 우다다 올라갔어요.
절벽을 굉장히 잘 타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곰이 나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요.
바베큐를 했던 곳부터 곳곳에
음식물을 절대 남겨두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었어요.
사냥을 하며 직접 먹이를 찾아야하는 야생곰들이
높은 칼로리를 가진 사람의 음식을 손쉽게 맛보고 나면
사람 음식을 자꾸 찾아 내려오게 되고,
음식을 위해 사람을 공격하게 되기도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사진은 못 찍었지만,
여기저기 있는 쓰레기통은 곰이 열 수 없는 아주 무거운 철문 뚜껑이 있었고요.
이 철문 뚜껑은 그냥 힘으로 냅다 여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 안으로 쏙 들어갈 정도인 좁은 손잡이 안으로 손을 밀어넣어서
끝쪽에 있는 부분을 손끝으로 꾹 밀어올린 채로 동시에 뚜껑을 힘차게 열어야 열리는 구조였어요.
퉁퉁한 손을 가진 곰들은 그 손잡이 안에 손을 넣을 수 없어
뚜껑을 열 수 없는 구조예요.
곰들이 사람이 먹다 버린 음식물에 닿을 수 없게끔이요.
그래고 군데군데 있는 공중화장실은
무려 푸세식이었습니다!!
안이 뻥 뚫린 둥그런 통 모양 위에 변기 시트+뚜껑만 얹어놓고
그 안에는 그냥 똥통으로 이어지는 푸세식이에요.
냄새가 굉장했음.... ㅠㅠ
한국에서 제가 다니던 산 속에 있는 절도
제가 어릴 땐 푸세식 화장실이었는데, 지금은 깔끔한 수세식 화장실로 모두 바뀌었거든요.
근데 캐나다에서 푸세식 변기를 볼 줄이야.... ㅎㅎ
심지어 화장실 안에 전등도 없어서 문 닫으면 암흑이었어요 ㅋㅋㅋㅋ
푸세식 화장실 냄새 + 암흑이라니 ㅋㅋㅋㅋ
꿈에 나올까 무서움 진짜....
그리고 또 불편했던 점은,
휴대폰이 안 됩니다 ㅋㅋㅋㅋ
시그널이 아예 안 잡혀서
전화 문자 모두 불능지역이라 뜨고요
데이터는 로밍으로 전환되었어요 ㅋㅋㅋㅋ
도중에 친구네 가족과 잠깐 멀어지게 되었던 적이 있는데,
겨우 다시 만났을 때 우리에게 무전기 한 세트를 주고 갔어요 ㅋㅋㅋㅋ
친구네 가족은 여기 이미 와봤던 경험자들인지라,
애초에 전화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서
2km 반경 이내에서 연락할 수 있는 무전기를 세 개 챙겨왔어요.
하나는 아버지가 갖고,
하나는 아이들 중 한 명이 갖고,
나머지 하나는 저희에게 주었어요 ㅋㅋ
전화가 되지 않는 지역이라니....
캐나다 땅이 넓은 건 알았지만, 전화가 안 터지는 곳이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못 했어요.
한국에서도 깊은 산속으로 가면 전화 신호가 약하거나 데이터 신호가 약한 곳은 봤는데
아예 안 되는 곳은 전 아직 못 봤거든요.
데이터 로밍이라니.... ㅋㅋㅋㅋ
근데 그러면 산 타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길을 잃으면,
휴대폰이 있어도 전화 문자 데이터 전부 다 안 되니까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죽어가야하는거....??
긴급 전화는 시그널이 없어도 예외적으로 되려나요??
이건 시도해보지 않아서 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저는 손에 나무가시가 박혀와서 TJ가 빼주었고요.
하루 뒤인 지금 저는
긁힌 팔뚝에 피가 고여있고,
팔 다리 등 옆구리 근육이 다 뭉쳐서
계단을 오르거나 내리거나 의자에 앉거나 일어서거나 할 때마다 이상한 괴성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TJ는 멀쩡한데 돌에 박은 발뒤꿈치에 피멍이 좀 들었어요.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다이나믹한 어느 토요일이었습니다.
+) 록키산맥이 왜 록키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냥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이겠거니..)
근데 산이 전부 돌산이라서 rocky인 거 같아요.
나만 몰랐던 듯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