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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정말 갑자기 집 안에 파리가 막 늘어나있었어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요!!
모든 창문에 방충망이 있기 때문에
어쩌다 우연히 방충망과 열린 창문 틈새로 파리 한 마리 정도가 몇 달에 한 번씩 들어올 때가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많아진 적은 처음이에요.
어 파리가 한 마리 들어왔네
<다음날>
어?? 파리가 또 한 마리 더 들어왔네?? 총 두 마리가 되어버리다니.. 어떻게 잡지....
<그 다음날 아침>
어???? 총 세 마리?! 이따 TJ가 퇴근하고 오면 잡아달라 그래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오전 수업을 잘 마치고 점심 쯤 커피를 타러 주방에 나갔을 때였어요.
커피컵을 씻어놓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였는데
갑자기 파리가 윙~ 하고 제 귓가를 날아서 지나감
으악!!!! 하고 몸을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공중에 파리가 한 10마리는 있어보이는 거예요!!!!
으앗 ㅅㅂ ㅅㅂ ㅅㅂ ㅅㅂ!!!! 이러고 너무 무서워서
끓여놓은 물이고 커피 컵이고 다 팽개쳐두고
재택근무를 위한 방으로 돌아온 다음 방문을 닫았어요.
방문 밑에는 문틈을 막을 수 있게끔 말랑한 재질의 무언가를 붙여놨기 때문에
파리가 닫힌 방문을 통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요.
그리고 바로 TJ에게 메세지를 보냄
"님, 오늘 일 바쁘나여?? 오늘은 무조건 칼퇴하세여
지금 집에 파리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와있어서 저 지금 방 안에 갇혀있음 ㅜㅜ
제발 빨리 와서 저 좀 구해주세여"
파리가 치명적으로 위협적인 생물이 아니란 건 머리로 잘 알지만
제법 많은 수의 파리가 바로 주위를 윙윙 빠르게 날아다니면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고 조금 무섭기도 함 :(
그래서 저는 약 5시간 정도를 꼼짝도 하지않고 TJ가 올 때까지 방 안에서만 있었어요.
TJ가 집에 도착하고 같이 손잡고 나가서
그길로 캐네디언 타이어에 가서 전기 파리채를 사옴.
가격은 $6.99 예요.
캐네디언 타이어에서 발견하자마자 찍은 사진.
건전지는 포함되어있지 않고,
AA건전지 2개가 들어가요.
캐나다에서 이걸 써보는 날이 올 줄이야....
효과는 제법 좋았습니당-
써보고서 후기를 알려드리자면
1. 파리가 부딪칠 때 소리가 엄청 크게 따악-!! 하고 난다.
2. 파리가 부딪칠 때 파란색 스파크가 번쩍!! 하고 튄다. (둘이 합쳐 천둥번개 ㅋㅋ)
3. 파리가 부딪쳤다고해서 바로 죽지 않는다. 기절할 때도 있고, 그대로 다시 가던 길 날아갈 때도 있음.
4. 파리가 채의 그물에 끼면 그대로 버튼을 몇 번 더 눌러서 타닥타닥 튀겨 죽여버릴 수 있다.
5. 파리가 채에 끼었을 때 처리가 훨씬 편리하다. 화장실 변기 위에서 채를 몇 번 탈탈 털어서 파리가 그대로 툭 떨어지면 flush
(채를 흔들어도 파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채를 잡지않은 다른 손으로 채의 손잡이를 몇 번 툭툭 치면 잘 떨어짐)
처음 파리 때문에 방에 갇힌 날 집 안에서만 한 20마리 정도를 잡은 거 같아요.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한 15마리 정도를 잡았어요.
TJ가 회사에서 걸어둘 수 있는 파리끈끈이를 가져와서, 창가쪽에 있는 파리들이 10마리 정도가 붙어서 죽었어요.
아무튼 나도 이제 무기가 생겨서 조금 마음의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둘째날에는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함.
1. 파리는 어디에서 주로 발견이 되는가??
=> 집 안, 그 중 거실의 큰 창문에 거의 대부분이 붙어있다. 가끔 주방에서도 날아다님.
2. 집 안에 파리를 유혹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가??
=> 아닌 것으로 보임. 파리지옥이 벌어진 바로 전전날 청소를 하면서 그 이후 이틀 동안 집 안에 버려진 쓰레기는 아이스크림 껍질 하나밖에 없었음. 쓰레기를 모두 갖다버리기 전에도 쓰레기가 별로 많이 쌓여있지는 않았음.
3. 파리는 언제 갑자기 많아졌는가??
=> 파리지옥이 벌어진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파리가 한두 마리 밖에 없었음. 점심시간이 되어 나갔을 때 뜬금없이 늘어나있었음.
4. 파리는 집 안에서 태어난 것인가??
=> 아닌 것으로 보임. 새끼 파리가 전혀 없고 모두 어른 파리였음.
5. 파리는 어느 쪽으로 들어오는 것인가??
=> 둘째 날에 집 안의 모든 방문을 닫아놓고 관찰해본 결과,
거실 창문을 제외한 어느 창문에서도 파리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거실 창문의 어딘가 틈새를 통해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
6. 거실 창문 밖에는 뭐가 있는가??
=> 콘도건물에서 관리하는 잔디밭이 있음.
결론:
거실 창문 바깥 쪽 잔디밭 어딘가에 파리가 알을 깐건지,
개가 똥을 싸고 주인이 안 치우고 간건지,
날아다니던 새가 어디 근처에 죽어있던건지
아무튼 집 밖에서 잔디밭 주변을 날아다니던 파리들이 창문 틈새를 찾아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듯.
이틀동안 파리와의 전쟁을 한 뒤로
파리는 아예 없어졌어요.
열흘째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음.
쓰레기는 처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많은데
파리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보아,
우연히 그 때 집 주변에서 파리들이 왕창 태어나서 그 중 일부가 흘러 들어온 게 아닌가 싶어요..
아무튼 살면서 실내에서 이렇게 많은 파리를 본 것은 정말 처음이었음 ㅜㅜㅜㅜ
1층이 이렇게 위험하군요 여러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렇게 집 안에서 벌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니....
심지어 첫째 날 파리들을 대량 학살한 뒤로 모든 창문을 다 닫아두었는데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거실 창문에 또 십수 마리가 붙어있었던 거였어요.
정말 어디에 있는 틈으로 들어오는건지 아직도 미스테리이긴 함.
벌레를 무지무지무지무지 싫어하는 입장에서 정말 스트레스 받는 날들이었어요.
하우스 구매에 대한 의지가 하락함 -500
더불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파리가 있다면 조용히 일어나서 나가뒤져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