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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넘게 이어진 폭염이 끝난 직후였던 지난주 금요일 저녁,
비가 막 쏟아져내렸더랬죠.
우왕 비가 엄청 내리네- 라고 생각하면서 TJ가 만들어준 콩국수를 저녁으로 먹고
코스트코에 장이나 보러 가자- 라고 장바구니를 챙겨 집을 나섰어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으잉?? 바닥에 물이 좀 차있는데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이 찬건가
일단 여기를 탈출해봅시당-
차를 끌고 지하주차장 입구쪽을 향해 나가는데
밖에서 주차장으로 어떤 차가 먼저 들어오면서
주차장 문 밖에 고여있던 물이 쓰나미가 몰아치는 것처럼 촤아- 하고 파도쳐 들어옴 ㅋㅋㅋㅋ
띠용 @_@??
막 들어온 차의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더니
"Man, I don't think you can make it" 이라며
바깥의 단지 내부 도로도 물이 많이 차서 주차장을 벗어나고도 나가는 길에 차가 퍼질 수 있다는 충고를 해주었어요.
밖에 물이 너무 많이 고인 듯해서 차를 다시 돌려놓았죠.
주차장 문을 열지만 않는다면 밖에 물이 쌓이는 속도보다는 여기가 덜하겠지.
주차장에 관리직원들이 모두 내려와있기도 했고요.
차를 다시 주차해놓고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처음에 물이 빠지는 하수구 구멍 주변으로만 물이 고이던 웅덩이가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지더니
나중에는 주차장 바닥 전체가 거의 후룸라이드에서 물이 마르지않고 좔좔좔 흘러내려가는 수준이 되었어요.
우리 바로 옆에 주차된 차의 바퀴가 절반쯤 잠기기 시작했을 때쯤
우리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차를 뺐어요.
주차장 입구의 자동문은 관리자가 이미 꺼둔 지 오래.
어떤 차도 더 이상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거죠.
주차장 안에서 그나마 가장 지대가 높은 어느 통로의 벽 옆에 차를 갖다대놓고 조금 더 기다렸어요.
이제 주차장 안에서 물이 고이지 않은 곳은 아무데도 없어요.
가장 얕게 고인 곳이 이미 내 발목까지 잠겨있는 상황.
감전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단 차는 통로에 계속 주차해두기로 하고
집으로 올라가기로 했어요.
(가라지 도어가 고장난 상황에서 주차장 안에는 지금 자리보다 더 높은 다른 곳이 없으므로..
차가 침수된다면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함)
집으로 가기 위해 비상구 계단 입구로 가야했는데,
가는 길에는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라있었어요.
바지랑 신발이나 빨아야지 하고 집에 올라왔는데
집이 1층인지라 ㅎㅎ 현관문을 통해 빗물이 집 안으로도 조금 흘러들어온 상황.
건물 입구부터 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복도 전체 카펫이 모두 물에 젖어있었고
더 이상 물을 머금지 못해서 카펫 군데군데 웅덩이가 고여있을 정도였으니
집 안으로 물이 들어왔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우리 집은 신발을 벗고 사느라 현관 매트를 깔아두었어서
매트 너머로 물이 흘러가진 않고, 현관 옆 주방쪽으로만 물이 조금 흘러가 있었어요.
(매트 없이 물이 그대로 쭉 흘렀다면 거실 카펫까지 모조리 다 젖었을텐데 아주 다행이었어요)
현관문 밑을 막아두고
집 안으로 들어온 물을 닦아내고 주방에는 선풍기를 하루종일 틀어두어 말렸고요.
다른 집들은 거실쪽 카펫과 주방 벽이 모두 젖어 피해가 컸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우리 집은 제때 조치를 잘 취해서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겠다 하고 안심하고 있었어요.
아파트는 복도와 건물 입구, 로비, 비상구 계단까지 모든 카펫을 다 뜯어내고
벽 아래쪽까지 다 뜯어서 말려대는 대공사를 시작했고요. (콘도피 엄청 오를 듯..)
어제였던 토요일 아침,
어느 테크니션이 저희 집을 방문해서 지난번 폭우 때 입은 피해가 없는지 점검을 하러 왔어요.
습도를 체크하는 기계인지 뭔지 어떤 장비를 손에 들고 찾아오셨는데
현관쪽 벽에 갖다대더니 dry하다고 나온다며 여기는 통과~ 라고 하셨고,
현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있는 주방으로 가셔서
오븐스토브를 꺼내어 뒤쪽 벽도 검사를 하더니 이 벽도 dry하다 그랬고,
냉장고를 꺼내었을 때도 그 뒤쪽 벽이 dry하다 그랬어요.
그리고 현관문을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덴으로 들어가서 검사를 하셨는데,
복도쪽 카펫으로 인해 그쪽 벽이 모두 젖었고, 바로 아래 카펫으로까지 물이 스며들어
공사가 불가피하다고 말씀하시며 바로 벽이며 카펫이며 이것저것 다 깨부수고 뜯어내는 작업에 들어가심.... 롸?!
내 소중한 토요일에 예고도 없이?!?!
주방쪽은 저희가 곧바로 선풍기를 틀어 말리기도 했고,
냉장고와 오븐/스토브애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서 벽이 금세 마른 게 아닌가 싶지만
덴은 그냥 온갖 짐들을 쌓아두고 창고로 쓰고있던 공간이기 때문에
또 그 아래는 카펫이 깔려있었기 때문에 더 피해가 많았던 거 같아요.
빗물이 빠지지못하면서 역류한 하수구의 더러운 것들과 오일이 섞인 빗물이었기 때문에
카펫은 회생불가라 하시며 다 뜯어내서 폐기처분하셨고
벽 역시 톱으로 잘라부숴놓고 가심 ㅎㅎ
아무래도 목조건물인데다 카펫 밑에도 물이 차있었어서
곰팡이 + 각종 벌레가 생기게 되는 상황이라며
살균소독제를 잔뜩 뿌려두고 가셨어요.
덴에 있던 온갖 물건들은 집안 곳곳에 임시로 옮겨두었는데
사람 지나다니는 길을 제외한 모든 장소에 짐이 쌓여있는 이재민의 상황..
카펫은 언제 다시 깔아주냐고 물으니
건물 전체의 카펫을 깔 때 아마 일괄적으로 깔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시면서도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다하시며
본인은 일개 테크니션일 뿐이라 정보가 별로 없으니 총괄매니저에게 연락하면 알려줄거라고 말씀하심 + 그 분의 명함을 건네주심.
카펫과 벽이 다 뜯겨나간 덴에는 테크니션분이 빌려주고 가신 커다란 팬이 하루종일 + 밤새 돌고있었고요.
테크니션분들이 집을 떠나가고 주방으로 갔던 TJ가
아니 이런?! 냉장고를 꺼내시면서 바닥 장판을 다 찢어놓고 가셨는걸?! 하고 놀람 ㅎㅎ
가서 살펴보니 정말 냉장고 한쪽 모서리 밑 장판이 커다랗게 찢겨서 바닥이 드러나있음 ㅋㅋㅋㅋ
사실 우리가 사는데는 큰 지장이 없기도 하고, 냉장고를 조금 앞으로 빼두면 찢어진 장판이 보이지는 않겠지만요.
우리가 입히지 않은 데미지를 우리가 안고갈 필요는 없는거 아니겠어요.
사진을 찍어서 집주인에게 제일 먼저 문자를 보냈어요.
(이럴 땐 전화통화보다는 증거가 남는 문자가 좋습니당 헤헷-)
테크니션이 와서 주방과 덴의 침수 피해를 확인하고 덴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주방 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테크니션들이 냉장고를 빼고 넣다가 장판이 찢어진 것을 우리가 방금 발견했다.
너는 집주인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하길 원하니??
1. 집주인이 "그 정도는 상관 없음. 쿨하게 넘어가도 좋아" 라고 답장을 한다면 나도 신경쓸 필요가 없겠죠.
2. 집주인이 바로 콘도보드에 컨택을 해보길 원할 수도 있겠죠. 우리야 세입자일 뿐이고 결국 집주인의 재산인거니까요.
3. 우리의 집주인은 데미지를 입힌 해당 테크니션에게 보상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물어봐주길 원했어요.
아하 ㅇㅋ
집주인의 의사를 알았으니 테크니션에게 연락을 취해봐야죠.
"네가 아까 우리 집에서 냉장고를 빼고 넣고 하면서 장판을 좀 찢어놓고 갔던데, 이거 너네가 수리해줄거야?? 아니면 교체해줄거야??"
테크니션이 확인을 위해 곧장 재방문을 했어요.
찢어진 장판을 보고는
자신은 정말 몰랐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본인의 회사에 리포트를 하고 장판을 교체해주겠다고 말함.
그리고 일요일인 오늘 아침,
덴에 놔둔 팬을 수거하러 오면서 샘플을 위해 장판을 조금 더 찢어서 가져갔어요.
같은 장판으로 교체해주려나봄.
결국 지난주 폭우로 인한 피해는 (우리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 줄 알았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덴의 세 벽면 중 두 개를 뜯어내야했고 (벽 반대편까지 뚫려있음 ㅋㅋ)
덴에 있던 카펫을 모두 다 뜯어갔으며
덕분에 덴에 있던 물건들이 갈 곳을 잃고 집안 여기저기에 널부러져있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벽을 다시 메꾸는 공사와 페인트칠, 그리고 카펫을 까는 공사를 받아야하고
거기에 더불어 우리 집은 현관부터 주방까지의 장판도 교체 받아야함 ㅋㅋㅋㅋ
스토브며 카운터탑이며 냉장고며 죄다 끄집어내고 장판 시공을 받아야하는.... ㅜㅜ
문제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물빠짐의 문제??)
이런 폭우가 또 온다면 또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말이죠.
집을 살 땐 이런 것도 잘 알아보고 사야할 듯.
우리야 세입자의 입장이니 떠나가면 그만이지만
이 집을 내 돈을 주고 샀는데 비가 많이 올 때마다 이 꼴이 난다고 생각하면
밤에 잠도 잘 안 올 것 같음 :(
아, 바퀴가 반쯤 차있었다던 우리 옆차는
그 이후로 한참 물이 더 많이 차서 결국 침수차가 되었어요.
비온 다음날이었나 내려가보니 본네트 열어놓고 차 안의 발판들도 다 꺼내서 말리고 아주 난리도 아니던데
결국 수리를 맡긴건지 웬 로너 차를 타고있더라고요.
우리 차는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잘 옮겼던 것이었습니돵- 나의 굉장한 판단력이란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