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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Winnipeg

[54th] 현지인 친구

­­­ ­ 2015. 7. 31. 00:00



영어권 국가(이 글에서는 캐나다)에 가시는 분들이 흔히들 하시는 말씀 중 하나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서 영어를 많이 말하고 배워야겠다 였는데요.


이 때 말씀하시는 외국인 친구가 캐나다인이 아닌 다른 제3국의 외국인을 말하는거라면,

어학원을 다니시는 분들에게 이런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같은 반에 있는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이요.

나와 같이 캐나다에서 살고있는 외국인 입장으로 서로의 처지에 공감을 잘 해서 친해질 수도 있을거구요.


반면 캐나다인과 친구가 되는 생각을 하신다면, 그럴 기회는 별로 많지 않다는 걸 고려해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캐나다에서 학교를 제일 처음 다녔을 때 배운 문화에 대한 내용 중 하나가


친구는 친구이고, 코워커는 코워커이다.

직장에서 코워커와 서로 잘 지낸다하더라도 친구가 되지는 않는다.

코워커는 자신의 동네 친구, 학교 친구가 있고 나는 나의 친구가 또 따로 있다.

코워커와 업무시간 외에 만나 밥을 먹는다든가, 문자나 채팅으로 사적인 대화를 한다든가 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코워커는 서로 직장에서 만나 서로의 일에 도움을 주며 상생하는 좋은 관계일 뿐, 퇴근하면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라는 내용이었어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걸 봐서 보편적일 순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있고 따로 만나서 밥을 먹자거나 술을 마시자고 하면 초대에 응할 수는 있겠지만

얼마나 친밀한 친구가 될 수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 외적으로 알게되어 만난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캐나다인이 있다면

그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온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과 굳이 친구가 되어줄까를 생각해보면 될 거 같아요.


입장바꾸어서 우리도 한국에서 한국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과 친구가 되어서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같이 놀러다니고 하지 않잖아요.

물론 봉사활동이라거나 그 외국인에게서 뭔가 얻으려는게 있는 사람들은 다르겠지만요.


그래서 현지에 가서 현지인 친구도 사귀어서 만나 놀고 하며 영어실력을 키워야겠다 라고 생각하시면

뜻대로 잘 안될 수도 있어요.

제 주위에 캐나다인 친구를 사귀는 경우를 많이 못봤구요.


영어를 이미 잘 하시면 사람을 사귀기에 훨씬 더 편할거예요.

의사소통에 딱히 막힘이 없으니 서로 생각이나 의견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나눌 수 있으니까요.


제가 여기서 말한 내용은,

"영어를 못하지만 일단 나가서 현지인 친구를 만든 다음 영어를 많이 써서 실력을 키워야겠다." 가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거였어요.

영어도 잘 못해서 딱히 나눌 수 있는 공감대도 없고 이 곳 문화도 잘 모르는 이방인과 뭐하러 친구가 되어주겠어요.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만 줘야하는 상황인데요.


너무 낙관적인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계시는 분들이 보여서 제 생각을 적어봤어요.


인종차별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나마 캐나다는 인종차별이 덜 한 나라라고 들었어요.

물론 어딜가나 인종차별주의자는 있어요. 한국은 특히나 엄청 많구요.

그런데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 중 또 다른 하나는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면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차별을 할 수 있다는거죠.

영어권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더군다나 영어가 세계공용어인데,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열 번 스무 번씩 다시 말해줘가며 친절하게 기다려주는 건 아니라는 얘기 같아요.

외국인이라서 고용이 안된 것이 아니라,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서 고용이 안 된다든가 하는 일이요.

현지에서 그 나라 언어가 제대로 구사가 안되는데 현지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거기서 오는 차별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살려면 한국어를 배우고 말해야지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서빙 알바생을 뽑으려는데 한 명은 한국인이고 한 명은 한국어가 어눌한 외국인이에요.

하지만 둘 중 누구를 뽑든 최저시급은 줘야해요. 사장은 누굴 뽑을까요. 입장바꿔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니까요.

나는 영어를 못 하지만, 영어를 쓸 기회가 많은 일자리에서 일하고싶다!! 는 희망사항일테고요.

어느 사장이 그런 직원을 뽑아서 가게를 대표하는걸 좋아하겠어요.


그래서 출국을 계획하시는 분이라면,,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영어를 공부해오시길 완전 추천합니다. ㅜㅜ

그렇지않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불편과 몇몇 차별은 당연하게 감수할 생각을 하셔야할 듯 해요.

#현지인친구 #영어 #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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