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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Winnipeg

[256th] Bossy

­­­ ­ 2016. 3. 4. 05:48



며칠 전에 카페에 예약손님이 12명이 있어서 제 퇴근시간보다 1시간 반 더 일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4시에 퇴근하게 되었는데, 마침 4시에 퇴근하는 다른 코워커가 저와 같은 street에 살아서

"너 버스 타고 집에 가는거야?? 집으로 가는거면 내가 태워줄게 같이 가자" 라고 말해서

얼떨결에 집까지 코워커의 차를 얻어타고 오게 되었어요.


가게에서 나와서 차에 타고 시동을 걸자마자 하는 말이

"너 매기 봤어?? 걔 완전 bossy하더라 완전 어이 없음!! 나는 지금 여기서 일한지 지금 2년이 넘었고 걘 뭐 두 달은 됐나?? 지가 나한테 지금 이래라저래라 시킬 처지야?? 게다가 걔는 나보다 7살이나 어린데 시켜먹는 꼴이라니. 기가 차지않니??" 이러면서 열불을 내고 있었어요.


"너 무슨 일 있었어??" 하고 물으니


"아까 내가 예약손님 테이블 세팅하고있는데 걔가 나한테 와서 '우리 테이블 이렇게 말고 저렇게 세팅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이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아니야 이 방식이 더 나은 것 같아' 라고 말했는데, 걔가 또 '아니야 이렇게 하면 안 될 거 같아' 라고 말하길래 내가 '여태껏 이렇게 해 왔으니 그냥 이대로 하자' 라고 말하고 세팅 끝내고 들어왔거든. 그런데 걔가 조금 후에 혼자 나가더니 걔가 말했던 방식대로 전부 바꿔놨어. 평소에도 말 할 때도 맨날 이거 좀 해 줘 저거 좀 해 줘 시켜먹는 말투 완전 듣기 싫음!!"


이라고 다다다다 쏘아말해주는데 공감하면서도 너무 웃겼어요 ㅋㅋ

이 열불내는 애는 평소에 제가 알기로는 순하디 순하고, 지금 일하는 직원들 중에 가장 오래 일 한 직원이거든요.

또 어떤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스스로 하려고 하고요. 저보다 더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가만 두면 자기가 할 일을 오히려 막내가 하라고 시키니까 하기 싫은 거였을 수도 있어요.

이 친구는 대학원생이고, 작고 마른 체격에 금발머리의 차분한 교수같은 느낌의 외모에서

이런 깊은 빡침을 쏘아대는게 너무 웃겼고요 ㅋㅋ


그리고 그 막내라는 걔는 어려서 그런지 모르지만, 같이 근무해보면 남을 이겨먹으려는 태도가 분명 있긴 있어요.

나쁜 아이는 아니지만요.

위로 오빠가 다섯 명이 있어서 집에서 원하는 걸 다 받으며 자란 spoiled kid의 느낌도 좀 나고요

또 키가 180이 넘어가서 웬만한 사람들을 다 (물리적으로) 아래로 내려다보는데

그런 것에서 나오는 무의식적인 심리적 우월감일 수도 있고요.


어쨌든 막내가 (나이로도, 근무개월수로도 막내) bossy하게 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저는 쟨 그러려니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온 편이에요. 그리고 또 저도 걔한테 잘 시켜먹음 ㅋㅋ

뭔가를 좀 해 달라고 하면 누구나 웬만하면 거절을 잘 못 하니까요.

걔가 저한테 "이거 좀 해 줄래??" 하면 "그래!! 그럼 그동안 넌 이것 좀 해 주라" 하고 다른 일을 돌려주는 식으로요.

근데 샘은 남한테 시키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뭐든 스스로 하는 스타일이라 억울해서 그런건지 모르지만

캐네디언이 나이 따지면서 말 하는걸 처음 들어봐서 신기했어요 ㅋㅋ

#bossy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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