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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의 위니펙은 93년만에 온화한 11월이었다고 했는데

12월이 되고나니 눈도 많이 내리고 (쌓이고) 기온도 급격하게 많이 떨어졌어요.

요즘은 계속 영하 20도에서 영하 30도를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음..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한낮에도 영하 25도 정도더라구요.


엊그제 일요일이었나??

폴티지 플레이스 앞에 경찰차와 폴리스라인이 쳐져있는 것을 출근길 버스로 지나가면서 봤어요.


또 누가 총 맞거나 했나보네 하고 지나갔었는데, 오후가 되고나서 뉴스를 보니 세상에나..

새벽 6시 쯤, 53세의 여성이 쇼핑몰 앞에서 얼어죽어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출근길에 지나갔던 게 오전 7시였으니, 1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을 때예요.

기온이 영하 32도까지 내려갔다고 본 거 같아요.


하긴 생각해보면

나는 털코트에 모자 목도리 장갑 마스크 내복에 방한신발까지 신고 10분 20분 걸어가는 것도 추운데

밤새 그 추운 밖에서 지내야하는 노숙자들은.... 정말 안 되었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노숙자들이 늘 위협적으로 돈을 달라고 하거나, 화를 내거나, 따라오거나, 물건을 노리거나 하고

또 집에 갈 버스비를 달라고 구걸하고서 그 돈으로 술을 사마시고, 마약을 사고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추운 겨울을 밖에서 나야하는 게 안타까운 건 사실이에요.


오늘은 날도 춥고 가게에 손님이 많지 않아 한가해서

핫초코를 마시러 잠깐 들른 옆집 사전트선데의 아들내미, 그리고 제 슈퍼바이저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사전트 선데는 봄여름가을에 바짝 매출을 올린 다음 겨울에 장사를 하지않기 때문에,
온 가족이 곧 캐리비안으로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ㅜㅜ 부러운 아이스크림집 아이예요.)


제가 얼어죽은 여자 뉴스를 봤냐고 말하고서 겨울을 밖에서 보내는 노숙자들이 참 안 되었다 라고 말했더니,

"근데 그 사람들, 이 얼어죽을 날씨에 하루종일 밖에서 피켓에 글 써가지고 들고 돌아다니면서 구걸하잖아??

그걸 해낼 정도면 걔네가 일 할 수 있는 자리가 분명히 저 밖 어딘가에 있어.

그리고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노숙하다 얼어죽을 일도 없지"

라며 현실을 알려주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띠용~ 하고 머릿속에 깨달음이 전해짐.

정말 이 날씨에 야외에서 구걸을 하는 것은 웬만한 체력과 정신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왜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구걸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덧붙이자면, 요즘 위니펙의 날씨가 많이 춥고 살벌해진 관계로....

노숙자들이 예전에 비해 좀 더 목숨걸고 구걸을 하는 것 같아요. 끈기도 있고..

그래서 그들의 자존심이 상해 싸움이 벌어지지 않게끔
정중히 거절을 하는 게 우리의 건강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ㅅ;

눈발 날리던 어느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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