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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펙에는 크리스마스에서 박싱데이로 넘어가는 새벽부터 엄청난 눈보라가 쳤어요.

Snow storm에다가 Blizzard 주의보까지 내린 상황이었는데..


26일날 오픈이 예정되어있던 저희 카페도 눈보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업을 했다고 합니다 ㅋㅋ


저는 크리스마스날을 오스본 빌리지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보낸 뒤 26일 새벽 1시에 집으로 돌아왔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약 20분 동안 정말 ㅜㅠ

발은 종아리까지 눈밭에 푹푹 빠지면서 휘청거리며 걷고 ;ㅅ;

눈이 너무 날려서.... 눈 싸닥션을 20분동안 얼마나 맞으면서 걸어왔던지

누가 제 옆에 딱 붙어서 따라다니면서 굵은 소금을 한줌씩 쥐고 자꾸 얼굴에다 던져대는 느낌이었어요 ㅋㅋ

20분 동안!!!! 얼굴 베이는 줄 ㅋㅋㅋㅋ





오늘 퇴근길 저희 가게 앞 횡단보도예요 ㅋㅋ

신호등 너머로 보이는 갈색 건물이 제가 일하는 카페이고요.

횡단보도 길 한가운데에 눈더미가 저렇게 쌓여있어서 ;ㅅ;

저는 차도로 돌아서 길을 건넜어요.



횡단보도 한 가운데를 가로막고있는 눈더미 ㅋㅋㅋㅋ








그리고 어느 친절한 행인 아주머니께서 주신 손난로 ㅎㅎ




저 눈더미 횡단보도를 건너고 버스를 타기 위해 공원 방향으로 한 번 더 길을 건넜는데

함께 길을 건넌 아주머니가 저를 계속 측은하게 쳐다보셨거든요


왜지?? 하고 저도 쳐다보고 한 번 웃어주었더니,

갑자기 장갑을 양쪽 다 벗으시고 손바닥에 쥐고계시던 손난로 두 개를 저에게 주시며

"이거 손에 꼭 쥐고 주머니에 넣고 집에 가렴~" 하고 말씀하셨어요.


제 손에 직접 쥐어주셔서 거절할 틈도 없었다는....


아마 추운 날 장갑도 없이 눈밭에 푹푹 빠지며 걸어다니는 불쌍한 여자애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가게에서 길을 ㄴ자로 두 번만 건너면 버스정류장인지라, 가게에서 그냥 맨손으로 나온거였거든요.

백팩 안에 장갑이 들어있었지만, 30초면 건너가는 거리라서 귀찮아서 그냥 맨손으로 나온거였는데

음.... 마음 따뜻한 아줌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저는 장갑을 꺼내지않고 맨손으로 난로를 꼭 쥐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두 번이나 했어요.



집으로 오는 길에 노숙자를 만나면 받은 손난로를 주어야지 했는데

오늘따라 노숙자를 한 명도 못 보고 난로를 그대로 집까지 들고 와버렸어요.


이 글을 쓰는 다섯시간이 지난 아직까지도 난로가 따뜻하네요.


처음보는 저에게 본인의 난로를 주다니 고마운 아주머니예요.


헐.. 설마.... 글을 쓰다가 갑자기 든 무서운 생각인데....

근무를 마치고 개떡같은 몰골로 힘없이 걸어가는 저를 홈리스로 오인하신 것은 아니겠죠?? ㅜㅠ

제가 홈리스에게 난로를 주려고 했듯이 같은 마음으로 저에게 주신 것은 아니겠지요....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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