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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Winnipeg

[342nd] Rest in peace #521

­­­ ­ 2017. 2. 23. 11:47



어제였던 2월 21일,

위니펙 시내를 돌아다니던 모든 버스의 전광판에

버스 번호와 목적지, 경유지 이외에 "REST IN PEACE #521" 이라는 문구가 추가 되어 있었어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어제가 위니펙의 어느 버스 기사의 장례식이었어요.

521번은 그 버스 기사의 뱃지 번호였고요.


14일이었던 발렌타인데이 새벽 2시 쯤, 매니토바 대학교 안에 있는 버스의 마지막 정류장에서 일어났어요.


술이었든 약이었든 둘 다였든, 아무튼 심하게 쩔어있던 22살의 살인자와 그의 친구들은 모두 같이 버스를 탄 뒤

친구들은 모두 어딘가에서 버스를 내려버리고 이 살인자만 버스에 남겨져 종점까지 가게 된 거죠. 새벽 2시에.

버스 기사는 운행이 종료된 이후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승객 한 명이 남아있는 걸 발견하고

"님 운행 끝났음. 내리셈." 하고 다가가서 말해주는데

이 살인자는 "어?? 내 친구들 어디갔음??" 하고 버스 기사에게 물어봤고요.

버스 기사는 "아까 다 내렸어요. 님도 얼른 내리셈." 하고 몸을 일으키는 걸 도와주려 부축을 해 주는데

갑자기 이 살인자는 버스 기사에게 침을 뱉았어요.

버스 기사는 이제 이 살인자를 버스에서 끌어내리려 하는데

그 때 이 살인자 새끼가 칼을 꺼내 버스 기사를 살해했어요 ㅠㅠ


그리고 이 22살 짜리 어린 놈의 새끼는 수많은 범죄 전과를 가지고 있는 싹수가 노란 아이였고요.


이렇게 허무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버스 기사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장례식이 열린 어제,

521번 기사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의미의 문구를 모든 버스 전광판에 띄우고 운행을 한 거였습니다.


많이 안타까웠어요. 늦은 새벽 2시에 힘든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가서 가족들과 쉴 일만 남았었을텐데.

그리고 한편으로 좀 무섭기도 했어요.

위험한 도시, 치안이 좋지 않은 도시라고 잘 알려진 위니펙이기 때문이에요.


해가 진 이후에는 가급적 밖을 돌아다니지 마세요.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거나 위협을 가하려 하거나 한다면,

최대한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그 곳을 벗어나야합니다.

무작정 무시하거나 기분 나쁜 표정으로 쳐다보거나 욕을 하거나 하는 건 좋지 않아요.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인데, 위험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인물들에게 말 걸리지 않는 방법으로는

휴대폰 화면을 무음으로 꺼둔 채 한국어로 통화를 하는 척하며 걸어가면 대부분 말을 걸지 않아요.


아무튼.... 안전한 생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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