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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사장님에게 길고 긴 이메일을 보냈어요.
사장님과 슈퍼바이저가 없을 때의 직원들의 근무태도에 대한 고발을 담은.
고자질과 보고의 사이에서 전자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저의 요구사항을 사장님이 들어주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직원들 개인정보를 담은 상태로 편지를 썼고요.
워드에다 먼저 써서 고치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완성한 글.... 쓰고보니 1500단어가 넘데요 ㅋㅋ
워드에서 두 페이지를 꽉 채우고도 더 넘어갔어요.
늘 제 불만을 들어주고 사장님께 전해주던 건 슈퍼바이저인데, 본인의 불만도 늘 사장님께 말하다보니..
사장님은 플로어에서 직원들과 직접 일할 일이 별로 없는지라
직원들에 대한 슈퍼바이저의 불만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잘 흘려버리시거든요.
이번에는 그래서 내가 직접 말해봐야겠다 하고 이메일로 적었어요.
말로 하기에는 임팩트가 적다고 생각했고,
글로 전달하면 투덜투덜이라는 느낌보다는 공식적인 보고의 느낌이 되는거니까요.
사장님 개인 이메일로 보낸 뒤 개인 이메일 계정 확인 부탁드린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2분만에 제 이메일을 읽으셨어요 ㅋㅋ
그리고 문자로 조금 뒤에 답장 주셔서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줘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고
내가 경영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 경영 능력이 많이 부족해.
니가 제시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에 대해 오늘 슈퍼바이저와 함께 따로 시간을 갖고 의논해보자 내일 만나!!
라고 보내셨어요.
사실 슈퍼바이저에게 먼저 이메일을 보냈었는데, 슈퍼바이저는 읽어본 뒤 칭찬만 가득 해줬어요.
글 아주아주 잘 썼어!! 내가 썼어도 이만큼 쓰지는 못 했을거야!! 난 니가 아주 자랑스러워!! 하면서
내가 너의 뒤에 있어, 사장님도 니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어,
이메일 보내고 걱정은 사장님이 하게 두고 넌 꿀잠자라 내일 만나자
하며 완전 500% 지지해주었어요 헤헤-
또 다른 제 코워커도 늘 저에게 "이 게으른 놈들의 행패를 사장님한테 다 일러바쳐" 하고 말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제는 제게 문자로
"난 니가 하루빨리 자유롭게 잡헌팅을 다닐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
이런 게으르고 미성숙한 인간들과 매주 주말을 함께 보내야하는 니가 정말 안 됐어" 하며
또 제 편을 들어주었어요.
자기가 시급을 조금만 더 받는 위치였더라도 얘네들은 다 채찍으로 뚜드려팼을거라며 ㅋㅋ
아니, 그보다 애초에 내가 사장이었다면 얘네 벌써 다 자르고도 남았어!! 하고 문자에 흥분을 가득 담아 보냄 ㅋ
좋아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응원과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기분 좋은 날이었어요.
아니, 그보다 애초에 내가 사장이었다면 얘네 벌써 다 자르고도 남았어!! 하고 문자에 흥분을 가득 담아 보냄 ㅋ
좋아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응원과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기분 좋은 날이었어요.
내용을 조금 추가하자면,
제가 이메일에서 실명을 언급했던 문제의 코워커 중 한 명은 조만간 해고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어요..
사장님을 제외하고는 슈퍼바이저나 저 모두 인사권이 없어서
잘못 엉킨 것을 풀고 해결하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메일을 보낸 거였는데,
우리 사장님은 풀기보다는 그냥 잘라버리기를 선택하시려는 듯 ㅜㅠ
심지어 그 직원을 미워하시기 시작했어요.
한국보다는 덜 수직적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고용의 관점에서 갑과 을이 되는 사장님과 직원 사이인데,
1:1로 대화를 하고 문제점을 알려주시지 않고, 미워하고 남은 스케쥴의 그 직원의 쉬프트를 잘라버리셔서....
사장님이 그렇게 하시겠다는데 뭐라 할 말은 없고 슈퍼바이저는 잘 되었다고 하는데..
도의적 죄책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ㅜㅠ
도의적 죄책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ㅜㅠ
저에게 다른 선택권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잘못된 근무 태도를 모르는 척 해줘야할 필요도 없었고, 내가 사장이었어도 알고싶었을 내용이니까요.
다만 결과가 예상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나와서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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