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버스를 타고 출근중이었는데,

창가에 앉아있던 저의 바로 뒷자리에 어린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나이의 어린이가

그리고 그 옆자리(제 자리에서는 대각선 뒤)에는 그 아이의 엄마가 타고 있었어요.

아이가 창밖을 보며 가는데, 앉은키가 작아서 창밖이 잘 보이지 않는지

엄마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코 신발을 신은 채로 의자 위에 올라가서 서더니

일어선 채로 창밖을 보며 좋다고 구경을 하더라고요.


제 머리카락을 자꾸 잡아당겨서 불편했는데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앉으라고 여러 번 말하면서 저한테도 미안하다고 여러 번 사과를 했어요.

괜찮다하고 언제쯤 앉는걸까 했는데, 아이가 결국 제풀에 지쳤어요.

아이 엄마는 잘 됐다 하고 이제 의자에 앉으라고 했어요.


눈이 온 동네방네에 쌓여있는 겨울이라서 아이의 신발도 마찬가지로 눈을 잔뜩 달고 있다가

버스 내부의 따뜻한 히터로 질척거리고 축축한 상태가 됐을텐데

자기 신발로 밟고 서있던 자리에 그대로 앉으니 바지가 축축해졌나봐요 ㅋㅋㅋㅋ


게다가 한국의 버스와는 달리 여기는 좌석의 엉덩이 닿는 부분이 천재질이라서

아마 신발에서 녹은 눈이 더 스며들었을 거예요 ㅋㅋ


"엄마 바지가 너무 차가운데요.." 하고 말하니까


"그래서 남들은 아무도 의자에 올라서지 않는거야. 모두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바로 그런 이유이지.

저번 여름에는 진흙이 묻어서 불편했지?? 앉는 자리에 신발을 신고 올라가면 안 되겠지??

만약 니가 거기 앉지 않고 내렸다면 다음 사람이 모르고 앉았다가 너 때문에 바지가 축축해졌겠지??"

하고 엄청 따끔하게 대답해주었어요 ㅋㅋ

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잘못했다고도 말함.

하지만 아이 엄마는 아이를 안아서 무릎에 앉혀주거나 하는 일 따위는 없었고

아이는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내내 축축한 의자에 앉아서 반성을 하며 갔더랬죠.


젖은 바지로 버스에서 내리면 공기가 차서 무지 추웠을텐데,

집에 잘 들어갔을련지 모르겠네요.


아이에게 교훈을 몸소 느끼게 해준 버스 뒷자리의 아이엄마였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