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 2주 전부터 막창이 먹고싶다고 하는 TJ였어요.

저는 막창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맛인지조차 모르고

그러니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 리가 없죠.


그래서 그동안은 제가 먹고싶으면 사러가자고 말해도

TJ는 괜히 제게 미안해서인지 그냥 가고싶지 않다고 해서 미루고 있었는데요.


오늘은 날씨가 무척 따뜻했어요!!

그래서 TJ가 산책도 갈 겸 막창을 사러 함께 가줄 수 있는지 묻길래, 그러겠다고 했죠 ㅋㅋ


고기나라 라는 이름의 가게에서 막창을 판다고 해요.

걸어서 가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구글지도에 검색하더니 1시간반 정도 걸린다고 했어요.


저는 시속 4km로 걷는 보통 사람이니 1시간반이라면 6km 정도의 거리겠구나

왕복 3시간 걷는다 하면 날도 좋고 시간도 많으니 운동하는 셈치자 하고

같이 손잡고 걸어가기로 했어요.

막창원정대가 길을 떠났습니다.




오늘 같은 시각 세 도시의 실시간 기온이에요.

마산합포구는 오전 6시 43분일테니 아직 해가 뜨기전의 새벽, 영하 4도이면 제법 춥겠네.

캘거리는 영상 13도였고 위니펙은 영하 24도였어요. ㅎㅎ




출발은 순조로웠습니다.

TJ는 심지어 겉옷 없이 반팔 하나만 입고 나갔어요!! ㅋㅋ



하지만 예상치못한 난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어요 ㅋㅋㅋㅋ

구글지도를 켜놓고 GPS로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약속한 1시간 반이 지났는데도 왜 아직도 경로 한 중간임??



뭔가 이상했습니다.

발도 마침 슬슬 아파졌어요.



게다가 따뜻한 날씨에 들떠서 가벼운 여름운동화를 신고 나온 것이 대재앙을 불러왔습니다.

온 동네 눈이 녹아서 시냇물이 되어 사방에서 졸졸 흐르고 있었어요 ㅎㅎ

물 웅덩이도 곳곳에 있었구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길에는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은 채로 있었는데,

당연히 전부 눈길이겠거니 하고 밟고 지나오던 길에 갑자기 표면만 살얼음 수준의 눈으로 덮인 곳이 나타나서

그 살얼음이 와그작 깨지고 제 신발은 그 아래 있던 물웅덩이에 그대로 발목까지 빠지고맙니다 :)

신발이 모두 물에 젖었고, 신발 안으로 물이 들어와서 양말도 다 젖었어요.

축축하고 찝찝하고 물이 뚝뚝 흐르는데, 아직도 더 걸어가야합니다.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버스티켓도 집에 모두 두고왔어요. 미친 패기였음..


더 슬펐던 것은 걸어가는 경로의 절반 가까이가 off leash zone의 공원길이었어요....

가는 길에 목줄 풀린 개만 한 100마리 쯤 만난 것 같음.

토요일 오후라서 아마 더 개들이 많았을 거예요.

물웅덩이를 있는대로 다 밟으며 사방팔방에 물을 튀기면서 첨벙첨벙 뛰어와가지고 나한테 부비적거리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ㅋㅋㅋㅋ


저는 개를 좋아하지 않고, 큰 개는 오히려 좀 무서워하고요.

땅에 고여있던 물을 다 튀기며 나한테 쫓아오는데

구글지도 미친놈이 제정신인건가 싶었음 ㅋㅋㅋㅋ

이딴 길을 알려주다니 ㅋㅋㅋㅋ

경로는 이러이러한데, 그 중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off leash 구간입니다. 하고 알려주었더라면

난 처음부터 버스타고 가자고 했을거임 ㅗ


차 막히고 덜 막히는 건 실시간으로 알려주면서.... 왜 저런 간단한 사인조차 지도에 넣어주지 않는건지 :(



우리는 결국 힘들고 지쳐서 정신줄을 놓고 목놓아 노래를 부르며 고기나라를 찾아갔어요.

어찌저찌 도착하고보니 2시간반이 조금 넘는 정도가 걸렸습니다.

도착하고 휴대폰의 삼성헬스 이동기록을 보니 12km를 걸어왔다네요 ㅋㅋ




TJ가 그토록 외쳐대던 막창을 구해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버스를 타고 왔어요. 더 걸으면 죽을 것 같아서요 ㅠㅠ

그리고 도착시간이 너무 늦어서 해가 져버렸거든요.

용맹하게 반팔 하나만 입고 나온 TJ는 조금 추워서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근처 shoppers에 가서 버스티켓을 사가지고 그냥 버스 타고 옴 ㅋㅋ

버스노선은 우리가 걸어갔던 길을 반대로 오는 거였는데, 버스로 50분이 걸리는 거리였어요 ㅋㅋ

그 거리를 걸어가면 1시간반이라고 할 수 있는거냐.... ㅂㄷㅂㄷ....

평소에도 늘 구글지도를 사용하지만 오래 걸었을 때도 항상 시간이 정확했었는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움 ㅋㅋ



집에 도착해보니 쓰러질 것 같았어요.

TJ는 춥고 배고프고 힘들어서인지 두통을 얻어왔어요.


그래서 막창은 당연히 먹지 못 하고 ㅋㅋ

냉동실에 있던 닭을 꺼내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놓고 우린 쓰러져있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꺼내어서 그냥 먹었어요.




토요일 오후를 다 투자해서 기껏 막창을 사와놓고 저녁밥은 닭 먹음 ㅋㅋ





그리고 밥 먹을 땐 역시 냉부해 'ㅡ')b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