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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글을 분명히 어딘가에 썼었는데요,

여태까지 그 글이 포스팅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블로그에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안 나오네요.

네이버 블로그에 썼었는지, 티스토리 블로그에 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제가 글을 지운 적이 없으니 아직 글이 남아있는데 제가 못 찾는 것이든, 혹은 어떤 이유로 삭제가 되었든 둘 중 하나겠죠.


Manitoba Institute of Trades and Technology의 Business Administrative Assistant 전공으로 2015년에 졸업했어요.

1년 Certificate이고, 방학이 없는 대신 10개월동안 학교를 다녔어요.


이 글은 제가 학생으로, 졸업생으로 느낀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저와 다른 기수의 졸업생분들은 제 경험과 다르게 느끼셨을 수도 있고요.

다른 기수의 졸업생분들의 취업 상황은 저희 반과 다를 수도 있어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만 작성된 글임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수업의 질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14000불이 너무너무 아까웠어요.

선생님은 총 두 분 계셨어요. 두 분이서 하루 3시간씩 수업을 도맡아 매일 6시간씩 수업을 해요.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요.

두 분 중 한 분은 MS office 교육 담당이셨는데,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내어 읽어주셨어요.

그리고 선생님 본인도 이제 막 책을 처음으로 읽어보고 처음 컴퓨터에서 시도해보는 듯한....

사실 그 책만 있으면 선생님이 없어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게 만들어진 사용설명서 책이잖아요.

심지어 그 선생님은 책 읽고서 그대로 하는데 잘 안 되거나 하면 저를 불러서 와서 이것좀 고쳐보라고 하셨어요.

다른 학생이 질문했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저에게 와서 물어보신 뒤 다시 그 학생에게 알려주신 적도 있고요.

이게 어려운 내용이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도 컴맹인데요.

책에 다 나오는 내용인데 타자속도가 빨라서 동시에 같이 시작한 선생님보다 더 먼저 작업을 끝낸 것일 뿐.





면학 분위기


선생님들은 학생들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인도 학생들이 자기네 나라 말로 수업시간에 노래를 볼륨 높여 틀어놓거나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웃고 떠들고

(30명 중 떠드는 학생은 전부 인도 학생이었어요. 차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떠드는 사람은 인도 학생들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반 정원의 절반이 인도학생이었거든요. 중국학생들이 오히려 속닥속닥 얘기하는 조용한 학생들이었어요.)


심지어 인도 학생들은 시험 시간에 컨닝을 하고, 문자로 답이 뭔지 물어보고!!!! 그것도 저한테 문자를 보냄 ㅋㅋ

걔넨 선생님이 하라고 시키는거 안 하고 수업시간에 노래부르며 놀았고,

그래서 자기네들끼리 문자 보내봤자 어차피 얘도 쟤도 답을 다 모르니까요.

선생님들은 컨닝하는 것을 알지만 제재하지 않음. 걔네가 컨닝을 하든 말든 본인들과는 상관없기 때문이었겠죠.


컴퓨터에서 작업해야하는 실전문제 시험에서는 먼저 작업을 완료한 한 명이 USB에 파일을 담아

옆자리 친구들에게 넘겨서 모두 파일을 카피했어요. 마지막에 작성자 이름만 바꿔서 제출.


선생님 중 한 명(MS Office 담당)은 학생이 적어낸 답안지의 오답을 직접 정답으로 고쳐적고 점수를 올려주기도 했어요.

답지가 고쳐져서 점수가 오른 학생 본인이 이상하다고 말을 했거든요.

시험지를 쳐다보며,

"이거 내가 쓴 거 아닌데?? 내 글씨가 아니잖아. 이 밑에 적힌 게 내가 쓴 답인데?? 내가 썼으면 지우개로 지우고 적었겠지"

라고 말했으니까요.

그리고 직접 그 선생님에게 가서 "이 답은 내가 쓴 답이 아닌데요??" 라고 말까지 했다는데 ㅋㅋ (착하고 정직한 학생!!)

아, 그거 내가 고친거야. 너네 시험점수가 너무 낮으면 내가 곤란해지거든. 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복도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러도 다녀야했어요.

선생님이 랜덤으로 학생을 고르면 그 학생은 물뿌리개를 들고 복도 끝에서 끝까지 물을 주며 다녔어요.


가정통신문 400장을 접은 적도 있어요. 무슨 지역 고등학교에 뿌릴 안내문이었는데,

그걸 선생님이 가져와서 수업시간에 우리한테 다 접으라고 시켰어요.

설명회가 어쩌구저쩌구 주차장은 어쩌구저쩌구

이걸 왜 기억하냐면, parkade란 단어 바로 위에서 한번 접은 다음 남은 부분을 2등분해서 접으라고 하셨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쉬는시간이 끝나고도 교실로 바로 돌아오지 않으실 때가 많았는데,

가끔 교사실 창문 너머로 보면 의자에 앉아서 집에서 싸온 포도를 먹고 계셨어요.





무급 인턴 (6주)


학교에서 인턴생활을 하게될 회사를 찾아줘요. 거의 대부분 신입 채용 계획이 전혀 없는 곳들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의 말씀도 실제로 그랬어요.

"내가 너네 일할 인턴회사 찾느라고 지금 온갖 아부를 다 떨며 회사들이랑 컨택을 하고 있는데!!" 라는 생색을 내며.

인턴회사를 찾는다는 핑계로 수업시간에 수업을 안 하셨음. "너네끼리 알아서 타자연습 하고있어" 이렇게 던져두시고는

수업시간에 회사 담당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리 학교 인턴생 좀 받아달라고 이메일 넣고 컨택을 하심.

이메일 답장을 기다리는 중간중간 하시는 페이스북은 덤.

타자연습은 뭐.. 아무도 안 했죠 ㅋㅋ 유튜브 보고 놀고, 페이스북 하고. 저는 블로그 했었음 :)

현타가 와서요.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1시간이 넘게 가야하는데, 왕복 2시간반을 쓰면서 학교에 와서 한다는게

3시간은 타자연습, 3시간은 선생님 책읽고 엑셀에서 버벅거리시는 걸 지켜보고있자니 기가 차서 ㅎㅎ

뭐라도 하자 생각하고 했던 게 블로그예요.


그리고 막상 인턴 시작해보면, 일을 가르쳐준다, 업무를 배운다 이런 건 전혀 없었고요.

그냥 무급으로 6주 공짜인력 쓰는 정도.

컴퓨터 쓸 일 같은거 별로 없고, 그냥 복사하고 스캔하고, 파일 정리하고, 편지 분류하고.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도 다 그랬다고 했어요.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지만 아무런 스킬도 필요없는.

종이 주고 복사기로 복사해오라 하는건 뭘 배우는 게 아니잖아요?? 초딩 때 마스터한 기술 아닌가요 ㅋㅋ 

그리고 인턴이 끝나갈 때쯤 오프닝 포지션이 있냐고 물었을 때

저와 다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처음부터 채용 계획이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어요.

제가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는 규모가 큰 편의 회사였는데 신규채용 포지션이 있어서 저는 고용제안을 받았지만,

신입 직원은 캐나다인이든 외국인이든 일괄적으로 1년 계약을 시작으로 채용하는 게 회사 방침이라 하네요.

6개월 정도 일하는 것을 보고 근태평가를 좋게 받는다면 장기계약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데

이런 불확실한 말로 시작하기엔 영주권 신청에서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해 진행할 수 없었어요.





전공 관련 취업률


인턴 회사에서 그대로 채용되어 영주권 신청을 진행한 사람은 반 전체 30명 중 1명이에요.

그 1명은 한 건설회사에 administrative assistant로 채용되었지만,

사실 이 친구는 토론토에서 3D 애니메이션 전공 diploma를 이미 받았던 졸업생으로,

인턴 후 고용된 그 회사에서 그래픽 관련 업무를 도맡아하고 있어요.

(이 친구가 오기 전에는 다른 전문가에게 외주 주던 일이라 함)

Administrative assistant로 계약되어 최저시급을 약간 웃도는 시급을 받고 업무는 그래픽 디자이너 업무를 맡고 있어서

이 친구는 영주권 때문에 참았긴 했지만, 정당한 고용은 아니었다고 말했어요.

본인이 하는 업무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시급만 받고도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채용이 유지되었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순전히 BAA 공부와 학위만 가지고 전공관련 취업 후 영주권을 신청한 사람은

30명 중 0명입니다.

저는 학생 때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카페에서 매니저로 진급한 뒤 영주권 신청을 진행할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베이커리, 악세사리 전문점, 푸드코트, 주유소, 트럭운전 등 전공과 무관한 일을 구해 진행해야했고요.


꼭 인턴했던 곳이 아니어도 다른 회사의 AA잡에 지원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일단 비자가 짧아서 여유롭게 구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은,

Administrative assistant 포지션은 학위가 없더라도 컴퓨터를 좀 다룰 줄 아는 현지인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리셉셔니스트의 업무를 같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이 전화를 걸었을 때 응답하는, 그 회사에 대한 첫인상을 주는 업무를 같이 해야하다보니

굳이 단기 취업비자로 있는 외국인보다는, 비자 문제 없고 영어 컴퓨터 잘 하는 현지인을 뽑는 걸 더 선호하는 듯 했어요.





개인적인 생각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고 다시 학교와 학과를 선택해야한다면, 저는 MITT BAA를 다시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PGWP를 통해 영주권 신청도 잘 진행했고, 잘 풀린 케이스이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1년동안 배웠던 내용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것은 별로 만족스러운 선택이 아니었어요.

MITT를 가야한다면 BAA 말고 조금 더 전문적인 스킬을 배울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할 듯 하고,

아니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2년제의 diploma 과정이 있는 RRC를 선택했을 듯 해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기초적인 컴퓨터 내용에 지나지않다보니,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했다는 메리트는 없는 편이라 생각해요.

더불어 전체적인 수업의 퀄리티나 분위기도 실망스러웠고요. 다른 학과는 어떤 분위기일지 저도 궁금하네요.

직접 다녀보지 않고는 모르는거잖아요.

저 또한 입학 전에 인터넷으로 학교 학과에 대해 알아볼 때 검색으로는 전혀 알 수 없었고요.

학과에서 뭘 배운다, 커리큘럼이 이렇다, 수업시간은 이렇다 같은 객관적 정보만 많았을 뿐,

만약 제가 적은 이 글의 내용을 인터넷에서 먼저 봤더라면, MITT BAA의 입학을 재고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제게는 바뀌지 않는 과거가 되었지만요.





제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후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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