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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사실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 인 4월 16일은 알버타주의 선거일이에요.


저는 정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고, 저에게는 투표권도 없지만, 선거가 곧이라는 건 아주 잘 체감할 수 있어요.


1. 길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이름이 적힌 작은 팻말을 앞마당 잔디에 꽂아둔 집들이 많아졌다.

2. 유튜브 광고에 맨날 후보자들이 서로 디스하는 광고가 나온다.




처음에는 디스 광고인 줄 모르고 홍보 광고인 줄 알았어요 ㅋㅋ

웬 남자 얼굴이 나오길래 오 이 남성 후보를 뽑아달라고 홍보하는건가 하면서

나에겐 투표권이 없지. 5초가 지나면 칼같이 광고를 넘겨버리겠어. 하고 대기 중이었는데

누구보다 빠르게 광고를 넘기는 그 찰나에 "racist"라는 단어가 나오다 끊긴 채로 광고가 넘어감.


읭?? 방금 잘못 들은건가.. 했지만 이미 광고가 넘어가고 보려던 동영상이 재생 되고있음.

잘못 들었나보다 싶었는데, 바로 다음 동영상에 또 같은 광고가 나옴.

아까 뭐라고 한건지 끝까지 들어보자 하고 들어봤더니


인종차별주의자, 그리고 호모포비아.

현재 RCMP에서도 조사 중에 있는 사람이죠.

선거날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사람이 정말 주지사인가요??



뭐 이런 내용의  UCP 후보를 디스하는 광고였음 ㅋㅋ (NDP측에서 만든 광고였던 듯??)


이 사람은 인종차별주의자이고 호모포비아인데, 이런 사람 뽑을거임?? 제발 뽑지마셈-


이게 말하려는 내용이겠죠.


근데 사실, 캐나다에서 몇 년째 지내면서 느끼는거지만,

법적으로 다인종과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이 잘 갖춰져있는 것에 비해서

캐나다인들의 속마음은 법으로 열려있는 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음.


특히 기독교 신자들의 경우가 많았어요. 아마도 성경에서 동성애를 금지하기 때문인거겠죠??

사실 전 성경알못이라.... 전 불교임 헷-


작년까지 제가 근무했던 환경에서 주로 다양한 연령대의 토박이 백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많았었는데,

백인 우월주의를 입밖으로 내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고 (제가 동양인이라 제 앞에서만 그랬을지도??)

인종차별을 직접 겪은 적은 아직까진 없긴 하지만,

이민자들보다는 난민을 향한 분노를 드러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었고,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을 입밖으로 꺼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많았음.


소수인종이든 성소수자이든 나라에서, 주에서 제도적으로 보호해주고있고

한국에 비하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긴 하지만,

공공연하게 드러내지 않을 뿐, 속마음은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꽤 많다는 거.


저 디스광고를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남몰래 인종차별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

또는 남몰래 성소수자들을 배척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저런 UCP 후보에 감정을 이입해서 표를 더 받을 지도 모르겠는데?? 였어요.

어차피 본인이 누구 찍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거니까요.

나와 같은 속마음을 가진 후보를 아무도 몰래 내가 밀어주자

이렇게 드러나지 않는 행동으로 지지할 지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ㅎㅎ 




아무튼 요즘 선거 후보들 관련 광고가 너무 많이 나와서 얼굴을 하도 자주 봤더니

지나가다 길에서 보면 인사할 수 있을 거 같음.



선거와 관련해서 요즘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분위기도 조금 예민한(?) 것 같긴 해요.


지난 주말에는 TJ와 함께 다운타운의 센트럴 도서관에 공부를 하러 갔었는데

가는 길에 "난민 수용 반대" 등 트루도 총리의 행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제법 큰 규모의 시위가 열리고 있었어요.


물론 너무 무조건적인 난민 지원 정책을 보거나 들었을 때

'와.. 난민들에게 이렇게까지나 지원을 많이 해준단 말이야??

내가 자국민 입장이었다면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나 그들에게 많이 돌아간다면 좀 억울했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만한 혜택들이 실제로 많긴 했음.

물론 전 난민은 아닌, 그렇다고 캐나다 국민도 아닌, 투표권도 없는 외국인의 신분이라

뭐.. 할 말이 많은 입장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난민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민자에게도 역시 반감을 가지고 있음.

그래서 시위대가 무서워서 조용하고 빠른 걸음으로 도서관까지 걸어갔어요 ㅎㅎ

괜히 지나다가다 돌멩이라도 맞을까봐.... ㅜㅜ



주정부의 정권이 교체되면 보통은 주정부 이민정책이 바뀔 때가 많다고 들었어요.

이민 과정이 끝난 입장에서 주정부 이민 정책 때문에 직격타를 맞는 일은 없겠지만,

이민자들을 향한 정책 또한 바뀌게 될 듯.


예를 들면 이민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어학 수업을 더 이상 무료로 지원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정책 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겠죠.



당장 제가 다음주부터 다니게 된 IT 웹개발 교육 프로그램도

7개월이나 되는 기간동안 받게되는 모든 교육이 펀딩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데

펀딩 기관들 중에 알버타 주정부가 있어요.


이 교육 프로그램은 비자나 퍼밋 홀더의 외국인 신분, 혹은 시민권자 신분으로는 참여할 수 없고

영주권자인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데,

어찌보면 이 프로그램 역시 알버타에 사는 캐나다인들이 주정부에 낸 세금이 영주권자들에게만 혜택으로 돌아오는거니까

그들에게는 아까운 돈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번 선거에서 통합보수당이 당선이 되고, 이후 차차 난민과 이민자들을 향한 혜택 지원을 줄이게 된다면

이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알버타 주정부의 펀딩금은 잘리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인거죠.

그렇게 되면 알버타 주정부가 빠진 CIC와 다른 사기업 펀딩만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이 될테고

15명 정원으로 운영하던 클래스가 10명 정원으로 줄어든다든지 할 지도 모르는 일이겠죠.


최근에 봤던 기사에서는 통합보수당의 지지율이 제일 앞서고있다고 봤는데

정작 UCP 후보는 BC주로 가는 오일 공급 끊어버리겠다고 보복예고(?)한 일 때문에 BC주에서는 소송 걸거다 어쩐다 논란이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있겠죠 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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