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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제가 카페의 사장이에요.

가게입구쪽 큰 창문에는 여러 조명과 함께 오픈사인+영업시간을 알리는 전자알림판이 달려있고,

코드는 창문 아래 멀티탭에 모두 꽂혀있어요.


마감은 사장 없이 클로징 쉬프트 직원들끼리 가게 정리를 하고 퇴근합니다.

오픈사인도 꺼야하고, 창문에 달린 조명도 꺼야하죠.


직원A) 오픈사인과 조명이 모두 연결된 멀티탭 전원을 꺼버린다. 원클릭으로 job done.

직원B) 오픈사인의 스위치를 끄고, 멀티탭에 꽂힌 조명들의 코드를 일일이 뽑는다.




두 직원 중 제게 필요한 직원은

A가 아닌 B예요.




A는 본인 업무에서의 효율성(+ 본인 몸이 편한 것)을 추구했지만,

저렇게 멀티탭 전원을 다 꺼버렸을 때

오픈사인과 조명이 꺼지는 것 뿐만 아니라, 영업시간 알림표까지 꺼져버려요.



영업시간을 알리는 것은 사장의 입장에서는 제법 중요한 부분이에요.

무슨 요일에 몇 시에 오픈을 하는지, 몇 시에 마감을 하는지 손님에게 알리는 것은

가게의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직원A가 멀티탭 자체를 꺼버린 행동은

이런 무용지물 덩어리가 마감시간 이후부터 다음날 오픈시간까지 내내 걸려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직원B가 귀찮게 조명 코드를 일일이 뽑고 오픈사인 스위치를 껐던 행동은

이렇게 마감 이후에도 영업시간 안내를 할 수 있는 안내판의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현재 OPEN 상태가 아니라는 것만 알리면 되는거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장의 입장에서는 가게가 문을 닫고있는 시간에도 잠재적 손님에게 정확한 영업시간을 알리는 게 중요하니까요.


오죽했으면 누군가는 가게 이름을 아예 세븐일레븐으로 지어놨겠어요.

우린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오픈합니다!! 라고

가게 상호명으로 대놓고 영업시간을 알려주려는 목적이니까요.




문득 예전에 카페에서 일할 때 오픈하던 기억이 떠올라서 글을 써봤어요.

저는 주말마다 혼자서 가게를 오픈하는 매니저였는데,

전날 마감 책임자가 누군지에 따라서

어떤 날은 오픈사인과 조명만 꺼져있을 때가 있고, 어떤 날은 멀티탭이 그냥 통째로 꺼져있는 때가 있어요.



오픈하는 직원의 입장이었던 저도 당연히 후자가 훨씬 편합니다 ㅋㅋ

멀티탭 버튼만 다시 켜면 한방에 조명 + 오픈사인 + 영업시간안내가 다 켜지는거니까요.



근데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영업시간 안내는 24/7 켜져있어야 좋은거죠.

이런 걸 사장님이 마감직원들에게 트레이닝을 해줬어야하는데.... ㅎㅎ

제 가게도 아닌데 제가 굳이 아쉬운 소리 하면서 마감 직원들에게 따로 지시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근데 이런 내용에 대한 트레이닝을 따로 받은 적이 없어도

스스로 이런 걸 생각할 줄 알고 실천하는 직원들도 있어요.

이 사람들은 과연 멀티탭을 통째로 꺼버리면 몸도 훨씬 편하고 시간도 절약된다는 것을 몰라서 안 한걸까요??

고용주에게는 이런 생각을 해낼 줄 아는 똑똑한 인재를 찾아내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건 직원 입장에서는 또 정반대예요 ㅋㅋ

직원 입장에서는 '내 가게도 아닌데?? 따로 지시사항이 없었으니 내 몸이 편한 게 가장 우선이지' 라고 생각하겠죠.

물론 저도 이렇게 생각함 ㅋㅋㅋㅋ

특히나 내가 고생하고 노력한 걸 알아보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장님이라면요.



직원의 노력과 잘한 것을 알아봐주고, 칭찬해주고, (가끔 보너스도 좀 주고)

그렇게 한다면 직원도 더 열심히, 더 머리를 써서

내가 잠깐 귀찮아도 사장님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지 않겠어요??


내가 잘하든 못하든 결과적으로 내게 주어지는 보상이 똑같다면

내 몸 편한 게 장땡 아니겠음 :)



<저의 결론>

내가 사장의 입장이라면 B와 같은 직원이 좋지만,

직원 입장이라면 내 몸을 사리는 A와 같은 직원이 되는 게 더 나음.

만약 사장님이 내가 노력한 만큼의 노고를 알아봐주고 격려해주는 현명함을 갖추었다면

그런 사장님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B와 같은 직원이 되어줄 수 있을 거 같음.

따라서

머리 좋은 직원 + 그런 직원의 노고를 알아보고 감사할 줄 아는 똑똑한 사장의 콜라보가 가장 이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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