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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두 번의 엉성한 이별.
첫번째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데요.
어느 수요일, 강의를 잘 마치고 다음주 월요일에 보자~ 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그 주에 갑자기 컬리지에서 앞으로 남은 강의들은 모두 온라인 강의로 대체한다는 결정났어요.
"다음주 수업은 없고, 그 다음주부터는 모두 온라인 강의로 대체합니다!!" 라는 공지사항이 내려와서..
학생들은 카메라를 켜지 않고, 저 역시 카메라를 켜지 않고 제 노트북 화면 공유만 하는 방식이라,
별 다른 인사도 못한 채 갑자기 더 이상 학생들의 얼굴을 볼 일이 없게 되었어요.
엉성한 첫번째 이별이었어요.
두번째 엉성한 이별은 오늘 일어난 일이에요.
최근 한 달 정도 저는 온라인 강의를 쭉 해오고있었죠.
다음주가 마지막 주인데, 월요일 수요일 모두 학생들의 파이널 프로젝트 발표가 계획되어있었어요.
그런데 학생 한 명이, 오늘에서야 (사실 오늘이라도 알려준 게 어디임.... 이느므 학교 시스템 진짜.. ㅂㄷㅂㄷ)
"월요일에 휴일이라 저희 강의가 없는 걸로 아는데요??" 라고 메세지를 보내옴..
띠용 @_@
오늘인 금요일은 Good Friday라서 알버타의 법정 공휴일이고,
월요일인 Easter Monday는 공공기관만 휴일로 쉰다고 되어있길래 당연히 월요일은 강의가 있는 날인 줄 알았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제일 처음 강의 제안을 받고 syllabus를 만들어야할 때,
강의 날 스케쥴표에 4월 13일도 포함이 되어있었거든요?!?!
설마..?? 해서 학교측에서 보내줬던 서류를 다시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4월 13일에 일반 강의라고 적혀있습니다 헷 ^^
아니, 학교에서 이렇게 적힌 서류를 저한테 줬는데, 제가 이 날 학교가 쉬는지 안 쉬는지 어떻게 아나여??
강의 계획표에 4월 13일날 뭘 가르칠지 강의 주제를 써넣어서 제출하라고 나와있으니
당연히 저는 stat holiday가 아니라서 학교는 안 쉬나보다 라고 생각하죠 ㅡㅡ
뭐 아무튼 월요일 수업이 날라갔음요.
그럼 다음주 수요일 하루 남는건데..
그 하루 강의시간 안에 학생들이 전부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가 없어요 도저히.
그래서 저는 수요일 강의도 없애고, 대신 수요일 강의 시간에 발표 영상들을 재생만 하면서 채점을 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피드백 없이 질문과 답변의 시간 없이 영상을 재생만 한다면 겨우 시간 안에 채점을 마칠 수 있거든요.
대신 원하는 학생들은 수요일날 제가 채점하기 위해 영상을 재생하는 온라인 미팅에 참여할 수 있어요.
아무도 참석을 원하지 않으면 저혼자 미팅을 열어놓고 채점을 하게 돼요.
저는 어쨌든 정해진 강의시간에 일을 해야하는거니까요.
처음에는 학생들을 위해 수요일 마지막 날 다른 컨텐츠의 강의로 대체를 하고
채점은 별도로 내 시간을 내어서 해야하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면 저는 수요일 강의 시간 + 채점을 위한 제 개인 시간을 따로 쓰게 되는거고,
학교에서는 강의 시간만큼만 급여를 주니까요. 그러면 채점을 위해 따로 투자한 제 시간은 무급이 되어버리는 셈..
그렇다보니 채점 역시 정해진 강의시간 안에 해야하게 된 상황이라, 이렇게 되었어요.
(회사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이에요. 따로 제 개인 시간을 써서 학교 일을 하지 말라는..)
회사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 역시 학교 측에 있어요. 학교가 계약 초반에 잘못한 게 있어서.. ㅋㅋ
아무튼 그래서, 저는 이제 수업이 없어요!!
학생들과의 수업이 엊그제였던 수요일이 마지막이 되어버렸어요.
다음주 수요일에 다른 학생들의 발표자료를 보기 위해 참석하는 학생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저라면 아마 안 갈 것 같기도 해요 ㅎㅎ 굳이 안 와도 되는 수업을 찾아서 참석할 필요가....
그러다보니 학생들과 마지막 인사도 못 했네요 ;ㅅ;
제 수업을 들었던 35명 전원이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이에요.
시국이 이렇긴 하지만, 그래도 IT 분야는 수요가 많이 늘었기도 하니까,
학생들의 취뽀를 응원해요!!
그리고 같은 필드에서 일하다보면 언젠가는 만날 일이 있을 지도 모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