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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로컬 카페에서 일을 할 때인데요, 아마 3~4년쯤 전??

 

어느 주말 아침,

한 손님이 주문을 하러 와서는

너네 메뉴에 없는 것을 알지만 bulletproof coffee를 좀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묻는 게 아니겠어요.

 

음?? 처음 들어보는 커피인걸?? 그게 뭔지 모르겠는뎅??

일단 우리 메뉴에는 없으니까요.

 

참고로 제가 일했던 카페에는

메뉴에 없는 주문을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이 모든 직원에게 있었음.

 

즉, 만들고싶지 않으면 그냥 거절을 해도 되고

없는 메뉴이지만 카페에 구비되어있는 재료로 재량껏 만들려면

주문을 받고 적당한 가격을 손님에게 차지해서 만들어주면 되고

이 때는 다른 직원이 놀고 있더라도 주문을 받은 사람이 직접 만드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어요 ㅎㅎ

 

메뉴에 없는 주문이란 그 자체가 손님이 요청한 커스텀 레시피이므로,

손님에게 설명을 들은 사람이 직접 만들어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죠.

 

보통은 이런 커스텀 주문을 하는 손님들의 경우 팁을 많이 찍어주기 때문에

만드는 게 크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으면 대개 수락을 하는 편이었어요.

 

아무튼 당시에 내가 틸을 보고 있었어서 이 주문을 내가 받았었음.

Bulletproof coffee라.... 이름만 들어도 이게 무엇일지 1도 예상이 안 되는 걸??

일단 레피시를 읊어봐. 뭔지 들어나 보자. 라고 말했는데

 

아 ㅇㅋ!! 레시피가 뭐냐면~

하고 마구 들떠서 설명을 시작하는 손님 ㅎㅎ

 

 

너네 커피로 만들 수 있는 건데 말이야~ 미디엄 로스트로 만들어주면 될 것 같고~

그냥 보통 커피 주문처럼 아주 약간의 공간을 남기고서 컵에 커피를 담아

그다음에, 너네 버터 있지?? 커피에 버터를 한 숟가락 정도 넣고

너네 오일도 있지?? 오일도 한 숟가락 정도 넣고

또 너네 믹서기 있잖아?? 믹서기에 그걸 갈아주면 돼

 

 

........????

내가 지금 대체 뭘 들은 거징 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에 뭘 넣어????

 

 

일단

버터는 토스트에 발라야 하니까 이미 상온으로 준비되어있고

오일도 파니니 그릴을 쓸 때 바르는 올리브 오일이 있긴 한데

이걸 커피에다 넣고 믹서기에 갈아달라고??

근데 커피가 이미 뜨거운데 오일과 버터를 넣으면 어차피 녹지 않아??

 

 

 

응 맞아!! 그런데 그냥 온도로 녹이는 거랑 믹서기에 가는 거랑 결과물이 좀 다르거든

금액은 네가 얼마를 차지하든 내가 지불할 테니까, 괜찮다면 만들어줄 수 있을까?? 부탁할게-

나는 밴쿠버에서 여행을 왔는데 이 동네에는 bulletproof 커피를 파는 카페가 없더라고....

 

 

나도 들어본 적이 없긴 해. 밴쿠버에서는 흔한 메뉴인가 봐??

근데 난 이게 뭔지도 잘 모르고 만들어본 적도 없는데

네가 생각하는 맛이랑 많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괜찮아!! 그냥 내가 말한 재료를 다 넣고 그대로 만들어주기만 하면 돼!!

맛이 달라도 완전 괜찮아!! 내 주문을 받아주어서 정말 고마워!!

 

 

결국 (빵에 바르는) 버터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커피를 넣고 믹서기에 갈아서 줌 ㅋㅋ

 

 

받아서 한 모금 마셔보더니

좋아 좋아!! 정말 고마워!! 하면서

이미 카드 계산에서 팁을 100%로 찍어줘 놓고도

팁 통에 따로 동전 팁을 와르르 더 넣어주고 떠나심 ㅎㅎ

 

 

그리고 당시 함께 일하던 코워커랑 믹서기에 조금 남은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셔봤는데

아주 충격적인 맛이었음 ㅋㅋㅋㅋ

 

이걸 굳이 찾아 헤매서 돈을 주고 사 마신단 말이야?? 대체 왜지????

그냥 마셔도 맛있는 커피를 왜 굳이 이렇게....????

 

 

나중에 알고 보니

Low Carb High Fat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지방을 더 섭취하기 위해서 커피에도 이렇게 따로 지방을 추가해서 먹는 거였음.

 

 

그리고 최근에

빵에 바르는 버터가 아닌 Ghee 버터,

올리브 오일이 아닌 MCT 오일,

이런 정석(?)적인 재료로 만든 bulletproof 커피를 마셔볼 기회가 있었는데

 

단맛이 없는 스카치 사탕 맛이 나고 뭔가 엄청 맛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음.... 레시피가 ㅈㄹ맞게 생겨서 마치 넣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것들을 넣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맛이라면 마실 만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

몇 년 전의 그 개떡 같은 맛이 났던 bulletproof 커피를 아주 비싸게 마셔야 했던 그 손님에게

미안함을 표합니다 ㅋㅋㅋ큐ㅠㅠㅠ

 

물론 그래 봤자

당시 우리 카페에

빵에 바르는 버터와 올리브 오일 밖에 없었던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ㅋㅋ

전혀 다른 맛이 나서 깜짝 놀랐을 텐데도 웃으면서 팁을 더 얹어주고 가셨던 천사 같은 손님이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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