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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북미팀)과 다른 두 팀이 버디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음.

다른 두 팀은 아마도 둘 다 유럽 쪽 지사에 소속된 팀인 듯 했는데

한 팀은 스웨덴이었던 것 같고, 다른 한 팀은.. 어느 나라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남 ㅎㅎ

 

아무튼 이렇게 세 팀이 모여서 서로를 소개하고 함께 인사하는 시간을 갖자!! 라고 해서

1시간반짜리 미팅이 잡혔당-

제목에서와 같이 미팅의 실제 이름이 "즐거운 시간 미팅" 이었음 ㅋㅋㅋㅋ

 

뭐 하는 미팅이었냐면

세 팀의 사람들이 모두 모이고 + 스웨덴 본사의 쩌~어기 높은 자리에 계신 분도 참석하시고

이름이 지목된 한 사람이 60초 동안 온라인 화이트보드에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어떤 그림을 하나 그린 뒤,

"안녕 모두들 !! 내 이름은 XXX이고,

나는 XX 지역의 XX 팀에 속해있고,

XXXX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어.

현재 XXX 프로젝트에서 일을 하고 있어.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여기 이 XXXX 그림처럼 ~~~한 사람이야. 반가워"

이렇게 자기 소개를 간단하게 하고, 랜덤으로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방식이었음.

 

오 화이트보드로 그림을 그린다 이거지?? 숨겨놨던 내 타블렛을 꺼내올 시간이군 -_-+

하면서 타블렛을 연결하고 그림 그릴 준비 함 ㅋㅋㅋㅋ

타블렛은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강의를 해야할 때

강의실에 있던 실물 화이트보드를 못 쓰게 되었다보니..

학생들한테 설명해주면서 화면에다 좀 편하게 판서를 하려고 샀던 거였는데

오랜만에 다시 쓰게 되었음

 

한 명 한 명 그림을 그리고 소개를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 수록 흐름이 조금 바뀌어서

소개자가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고있는 중간인데도

어느 누가 더 빨리 이게 뭔 그림인지를 맞추는 승부가 되어버림 ㅋㅋㅋㅋ

소개자는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정답을 외치는 그런??

정답이 나오면 소개자는 "정답이야~" 하고 말해주면서 그리던 그림을 멈추고(ㅋㅋㅋㅋ) 자기 소개를 시작함.

 

중간쯤 누군가 내 이름을 지목해서 나도 그림을 사부작 그린 뒤

마이크를 켜고 "안녕??" 이라고까지만 말했는데

갑자기 다들 "안녕!!" "안녕 카야!!" "안녕?!" 하면서

엄청 인사를 해줘서 당황 ㅋㅋㅋㅋ

내 앞사람까지 아무도 이렇게 인사를 해주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나한테만 다들 인사를 해줘서

하려던 뒷말도 잠시 멈추고 순간 고장이 남 ㅎㅎ

뭐징- 왜 갑자기 나한테만 이러는거징 @_@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제법 어린 줄 알고 그랬다고 한다....

아니?! 얘 말투를 들어보니 아직 푸릇푸릇한 햇병아리인 거 같은데?? 친절하게 환영해주자!!

하고 다들 성심성의껏 인사를 해준 거였음.. ㅎ

마치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한테 맞춰주며 인사하는 그런 말투였어서 이게 뭔가 싶었었는데

카메라를 안 켰기 때문에 마이크를 통해 말하는 것만 듣고 그랬나봄

그 이전까지 다들 중저음의 남자분들만 있다가 갑자기 내가 말을 해서 정보수집에 혼선이 있었던 듯 ㅋㅋ

그리고 영어로 말을 할 때 말투가 별로 어른스럽지 않다는 피드백을 이미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아 이번에도 그랬나보다 라고 체념함.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신뢰도 0의 말투라고 함 ㅋㅋㅋㅋ

 

아니 근데 나는 헬로 한 마디 했는데 다들 이러기 있나 나한테 :(

 

또 아직까지 남자들이 좀 더 많은 필드여서 그런 선입견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함.

 

생각해보니 작년에 보우밸리 컬리지에서 강의할 때도

학생들 시험을 위한 인쇄물을 출력하러 오피스에 간 적이 있었는데

문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 걷자마자 나타난 누군가에 의해 쫓겨남 ㅋㅋㅋㅋ

 

어떤 직원이 나한테 와서 너 여기서 뭐해?? 라고 묻길래

안녕?? 나 안드로이드 개발 수업 시험문제를 좀 뽑으러 왔는데?? 라고까지 말했는데

그건 여기서 인쇄할 수 없고, 넌 여기 들어오면 안돼-

라고 말하면서 문을 열어 나를 친히 바깥쪽 복도에 갖다놔 줌 ㅋㅋ

 

????????

강의 첫날에 학교 투어 받을 때 나한테 분명히 필요한 인쇄물은 여기서 다 하라고 설명해줬었는데?? 뭐지??

심지어 그 오피스는 학교에서 발급해준 ID카드를 리더기에 찍고 들어가는 공간인데

나는 내 ID카드 목걸이를 찍고 들어갔는데 왜 쫓겨난 거지 ㅋㅋㅋㅋ

 

이 때까지만 해도 왜 나를 쫓아낸 건지 이해가 잘 안 가서

그럼 시험지 인쇄를 어디서 해야하냐고 물었는데

컴퓨터실(?)에서 하거나 너네 집에서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대답을 들음 ㅋㅋㅋㅋ

뭐지 이 사람.... 왜 나한테 심술 부리는 거지....

 

분명 첫날 투어 받을 땐 강의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학교에서 공급해줄 거고

심지어 강의에 필요한 걸 사비로 사야하면 그 금액도 학교에서 지원해줄테니 청구하라고 했었는데 말이야.

 

날 쫓아낸 그 직원은 쿨하게 다시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당장 조금 후에 중간고사를 쳐야하는 35명의 학생들이 등장할 것이므로

물러설 수가 없었음 ㅎㅎ

이번에는 학생들도 출입이 가능한 다른 쪽 문으로 들어가서 데스크에 있던 어시스턴트에게 아이디를 보여주고

아까 오피스 안으로 인쇄하러 들어갔었는데 나보고 여기서 인쇄를 하면 안된다고 하더라,

오늘 학생들이 쳐야할 시험 문제 파일이라 설명하고 출력을 부탁함 ㅋㅋ

 

???? 왜 안된대?? 하고 의문을 표하며

흔쾌히 출력하러 떠나준 어시스턴트를 기다리느라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아까 나를 쫓아냈던 직원이 다시 오더니 (이 분은 누구인지.... 본인 일은 안하시는지.... ㅋㅋ)

나보고 왜 여기에 앉아있냐고 물음.

 

아니?! 아까도 말했잖아 ㅡㅡ 내 학생들이 잠시 후에 11시부터 중간고사를 쳐야한다니까??

걔네들한테 나눠줄 시험지를 인쇄해야할 거 아니야

 

아마 여기서 학생들과 나를 분리해서 말하는 걸 듣고서야 내가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았음 ㅋㅋㅋㅋ

급 고장이 나서 잠시 삐그덕거리더니 정중한 사과 모먼트 ㅎㅎ

그리고 거의 곧바로 내가 부탁한 출력물을 안고 나타나신 어시스턴트

여기 네가 부탁한 37부야-

 

다음에도 출력이 필요하면 너한테 부탁해야하니?? 라고 물었는데

나한테 부탁해도 되고, 오피스 안쪽에 있는 프린터를 써도 되고, 너 편한대로 하면 돼

라는 대답을 듣고

날 도와준 어시스턴트와 날 쫓아낸 직원 둘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출력물을 들고 총총총 떠남 헿-

 

 

나의 생김새와 말투가

그다지 강사처럼, 혹은 개발자처럼 안 생겼나봄....

 

술집 가서 신분증 검사받을 때야 어려보이면 마냥 좋은 30대지

커리어와 관련된 곳에서 그 업무를 안 맡은 사람처럼 보여지는 건

너무 별로라고 생각함

 

좀 나이도 있어보이고 신뢰를 주는 그런 말투를 갖고싶은데

이건 뭘 어떻게 연습을 해야하는 걸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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