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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Calgary

컵받침을 만들었다

­Kaya 2021. 11. 2. 16:16

 

 

컵받침을 만들었는데,

왜 이걸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이건 그 언젠가 들은 친구의 이야기인데

ㅇㅇ이는 뜨개질을 너무 잘해서
집에 손님이 놀러 오면 수다 떨면서 앉은 그 자리에서 컵받침이나 냄비받침, 작은 담요 같은 걸 만든 다음
나중에 손님이 집으로 돌아갈 때 같이 가져가라고 만든 걸 나눠준다고 하더라

라는 소식이었어요.

 

이 말을 듣는데

"워!! 그거 엄청 쿨한데?!?! 나도 뭔가 하나 뜰 줄 알고 싶다!! 집에 갈 때 가져가라고 선물로 준다니..!!"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ㅋㅋㅋㅋ

 

하지만 저는 동네 유명한 똥손이기 때문에

정교하게 움직여서 해야 하는 거의 모든 걸 못한다고 보면 되는데요 ㅎㅎ

 

 

사실 제가 가장 뜨고 싶어 하는 것은

수세미예요.

설거지를 할 때 늘 딸기 수세미를 쓰니까 실용적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예전에 한국에 잠깐 들렀을 적에 서울에 갈 일이 있었을 때인데요,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제 바로 옆자리에 앉으신 아주머니께서

마산 -> 서울로 가는 4시간 동안 수세미를 6개나 뜨시더라고요..

 

너무 신기하고 부러워서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으니까

아주머니께서 저를 보시고는 (수세미에 정신이 팔린 내 눈빛을 보신 것 같음....)

마산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동시간이 지루하고 잠도 잘 안 오니까

서울에서 만날 친구들에게 하나씩 주려고 수세미를 떠봤다 하시며

그 수세미 6개 중 하나를 저한테 나눠주셨었거든요.

 

친구분들께 주셔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본인은 또 금방 뜬다며 저한테 하나 선물로 주셨었는데

 

 

앞의 이야기와 이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합쳐져서 저의 로망은

앉은자리에서 노닥거리며 수세미를 떠서 친구가 집에 갈 때 그 수세미를 가져가라고 나눠줄 수 있는 사람

으로 아주 구체적이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

 

 

근데 뜨개질 경험이 없는 나 같은 찌무래기 똥손에게

수세미는 넘사벽 난이도임....

수세미 실은 실 주변으로 나풀거리는 반짝이 실들이 보슬보슬 붙어있기 때문에

안그래도 어디에 바늘을 넣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1도 모르는데

수세미 실의 털 뽀시래기들 때문에 더더욱 뭐가 하나도 안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세미를 만들어보기 전에 먼저 도전해보자 하고 만들게 된 게 컵받침입니다 ㅎㅎ

 

유튜브 보니까 컵받침은 초보들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하길래 :)

 

몇 년 전에도 위니펙에 살 적이었는데

뜬금없이 삘을 받아서 컵받침을 뜰 거라고 난동 부리면서

야심한 밤에 갑자기 월마트로 뛰어가서 코바늘과 돗바늘과 실을 사 와서

네모 반듯한 정사각형 컵받침 두 개를 겨우 뜨고 포기했었는데 ㅋㅋㅋㅋ

 

 

이번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도전을 해보기로 했어요.

 

이왕이면 네모 말고 좀 더 예쁜 모양의 컵받침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그래야 나중에 좀 더 잘 만들게 되었을 때 선물로도 줄 수 있으니까

 

하면서 초보가 할 수 있는 모양 중 그나마 예쁘게 생긴 곰돌이 모양의 컵받침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유튜브를 보고 따라 만들었는데

분명히 동영상은 10여분 남짓한 길이였는데

나는 두 시간 정도 욕하면서 만듦 ㅋㅋ

 

내가 떴다가 풀었다가 헤매면서 혼자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리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TJ는

"뜨개질하면서 태교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뜨개질로 태교를 해도 되는 게 맞나?? 성격 다 베리겠는데 ㅋㅋ"

라고 말함.

 

아니, 나만 못 해서 성질나는 거고

잘하는 사람들은 이너피스를 찾으면서 평온하게 하겠지 :(

 

 

한참을 헤매고 에이 ㅅㅂ 난 포기다!!!! 하고 실을 다 풀어버렸다가

그래도 다시 해보자 하고 욕하면서 또 시작하기를 몇 번,

 

 

 

 

결국 이렇게 생긴 컵받침을 만들었어요 ㅋㅋㅋㅋ

 

유튜브에서 시키는 대로 만들었는데 일단 다 만들고나서 세어보니 개수도 좀 안 맞고

무엇보다 내가 쓰는 컵 바닥의 지름보다 컵받침이 더 작음 ㅋㅋㅋㅋ

아예 못 쓰는 것은 아니지만 컵이 아주 위태롭게 올라가 있고요.

 

그리고 제가 구매한 실의 재질의 문제인데

너무 미끌거려서 식탁 위에서 미끄러짐....

 

논슬립 처리를 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다른 종류의 실을 사서 추가 작업을 하는 건지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컵보다도 작고 식탁 위에서 아주 잘 미끄러지는 그런 컵받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ㅎㅎ

 

 

근데 컵받침은 정말 중요함

프렌즈를 보면 모니카가 컵받침 없이 컵을 테이블 위에 놓는 것에 발작을 일으키는데

사실 뜨거운 게 담긴 컵을 컵받침 없이 아무렇게나 놓다가 잘못하면 소중한 테이블에 퍼머넌트 대미지를 줄 수가 있음 ㅜㅜ

 

 

뜨거운 열기 때문에 이런 치명적인 상처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죠 ㅜㅜ

사진 속에 보이는 이 대미지는 아마도(?) 영구적 대미지임....

없애보려고 몇 번 시도해봤는데 없어지지 않음. 볼 때마다 좀 속상함.

 

물론 컵에는 마시는 음료를 담는 정도이다 보니

냄비 바닥처럼 불로 바로 지져놓은 수준의 열기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냄비받침을 쓰는 것처럼 컵받침도 쓰면 좋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이렇게 코바늘로 뭔가를 뜨는 것 말인데요

손목이 아작납니다 ㅜㅜ

제가 아주 튼튼한 사람인데 날 때부터 손목만 좀 쓰레기인 사람인데요

특히 오른쪽 손목이 유독 약한 편인데 코바늘 뜨개질은 바늘을 오른손에 쥐고 이리저리 돌리면서 해야하다보니

나같은 초보는 손목이 나갈 각오를 하고 시작을 해야됨 ㅜㅜ

 

다행히 저는 마우스를 오른손으로 쓰지 않기 때문에

일에는 큰 지장이 없겠지만요.

집 청소하면서 손목 보호대를 찾는대로 오른쪽 손목에 좀 끼고 다녀야하게 생겼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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