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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이랑 같이 손잡고 캐나다에 온지

햇수로 치자면 올해로 9년차가 되었어요.

 

최근,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된 한국에 있는 지인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마치 짠 듯이 그들 모두가 예외없이 했던 말이

"캐나다에 간지 9년차면 이제 캐나다인 다 됐겠다" 였어요.

 

사실 저조차도 예전에는

'해외에서 10년 정도 산 사람이 있으면 상당히 현지화가 된 상태일 것이다'

라고 생각을 했었으니 그들의 오해도 충분히 이해가 가요.

 

물론 10년차가 되려면 아직 1년이 더 남았긴 하지만,

9년 정도 지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1.

제 느낌 상으로 저는 아직 푸릇푸릇한 외노자예요.

한국물이 덜 빠졌고,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매일 쓰면서 살아가야 하는.

아직 한국을 떠난지 얼마 안된 느낌이고, 이 곳은 내 나라는 아니야 라는 생각이 늘 있어요.

여전히 한국 국적이긴 하니까 실제로 내 나라가 아닌 것도 맞네요.

2년 전부터 시민권 신청 자격이 생겼지만 TJ도 저도 아직 결정을 보류 중이에요.

 

 

2.

근데 또, 부지불식간에 스며든 변화도 있어요.

꽤 많은 생활 용어들이 한국어 단어보다 영어 단어로 더 익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자주 쓰이지 않는 한국어 단어가 순간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고요.

한국어를 모르는 상대방에게 영어로 말을 할 때 영어 문장 안에 한국어를 섞어쓰지 않듯이

한국어 문장에도 가능한 한 영어를 섞어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익숙한 영어 단어가 먼저 튀어나올 때가 생기더라고요.

또 상대방이 한국인이면서 영어 단어를 모두 이해하는 캐나다에 있는 한국인이니까 더 편하게 섞여 나오기도 하는 거 같아요.

 

예전에 TV에 나오는 나이 많은 교포분들이

그런 식으로 영어단어를 섞어서 한국어로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왜 한국어 단어를 놔두고 굳이 몇몇 단어만 저렇게 영어로 말을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지금 그렇게 되어버렸음 ㅜㅜ

살다보니 한국어보다 영어로 더 많이 불렀던 단어들이 나도 모르게 먼저 그렇게 튀어나오는 거였어요..

물론 의식적으로는 문장의 시작부터 끝까지 최대한 하나의 언어로만 말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3.

내가 정말 한국을 떠나서 살고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아는 것을 나는 하나도 모를 때,

하지만 그것의 캐나다 버전을 알고있을 때예요.

예를 들어보자면,

한국에서 살고있는 친구들 중에는

전세집을 구하거나, 자가로 매매를 하는 등 독립을 결정한 친구들이 많은데,

이 때 대출이 어떻고, 청약은 어떻고, 어느 동네 집값 시세가 얼마인데, 반전세, 관리비 등등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그 내용들과 관련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보니.... 그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아요.

 

대신 저는

제가 사는 동네의 집값 시세를 알고있고, 모기지를 어떻게 얼마나 받을 수 있으며,

어떤 과정으로 집을 거래하는지, 렌트에는 어떤 형태가 있으며 얼마를 어떻게 지불을 하게되는지,

즉, 주거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캐나다 버전으로 아는거죠.

두 나라의 주거 문화가 다르고, 대출 방식이 다르고, 집을 구매하는 방식도 다르니까 당연한 거긴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또 한국의 또래 친구들과 다른 생활을 하고있다는 게 와닿을 때가 있어요.

 

 

 

결국,

국적과 정체성은 모두 뼛속까지 한국인이지만

주생활권이 영어를 쓰고 주변에 한국인이 많지 않은 캐나다이다보니

이 쪽에서도 저 쪽에서도 종종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 10년 가까이 캐나다에 살았어도 1도 캐나다인스럽지가 않다.

캐나다의 문화를 조금 이해하게 된 외노자 1 정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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