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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험.

 

초산.

38주 6일에 출산.

고위험군 산모 아니었음. (만 35세 미만, 자연임신, 저혈압, 지병 없음)

임신 12주부터 출산 전까지 쭉 마터니티 클리닉에 다님. 미드와이프 (X), 담당 OB (X)

캘거리 풋힐스 병원에서 출산.

 

 

 

<초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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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는 3번 + 1번 + 1번 + 1번으로 총 6번 봤음.

 

- 첫번째 초음파: dating 초음파 (보통 8주 전후로 보는 듯)
: 아기의 크기를 재어서 현재 주수를 추정하고 출산 예정일을 특정함. 아기의 심장이 깜빡거리며 뛰는 걸 보여줌 (소리는 안들려줌)

- 두번째 초음파: NT 초음파 (보통 12주 이후로 보는 듯)
: 아기의 목투명대를 잼.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1차 기형아 검사. (다운 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파타우 증후군에 대한 확률 검사)

- 세번째 초음파: 아나토미 초음파 (보통 19주 전후로 보는 듯)
: 아기의 몸 구석구석을 확인함.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2차 기형아 검사.

 

- 네번째 초음파
: 보통은 보지 않는데, 나의 경우는 19주 아나토미 초음파 때 아기가 계속 같은 방향으로 누운 채로 돌아눕지 않아서
다른 모든 곳은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심장의 어느 한쪽 면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아마 이상이 없을 듯하긴 하지만 아주 만약을 위해 확인을 해야한다고 해서 20주 때 추가적으로 1회 더 초음파를 봄.
초음파 결과 이상 없음.

 

- 다섯번째 초음파 (간이 초음파)
: 마터니티 클리닉에 있는 성능이 구려보이는 어떤 초음파 기계로
역아인지 아닌지 정도만 간단하게 확인하는 초음파.

 

 

- 여섯번째 초음파 (보는 사람도 있고, 안보는 사람도 있다고 함)
: 마터니티 클리닉에서 쟀던 배둘레가 좀 크게 나왔다고
아기의 무게를 추정하는 초음파를 보고 오라고 레퀴지션을 써줌. 36주 6일에 봤는데 3kg으로 추정한다는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음.
결국 배둘레가 커진 것은 나의 뱃살이었던 것으로.... ㅋㅋㅋㅋ

 

 

 

 

 

<마터니티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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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까지 4주에 한 번,

36주까지 2주에 한 번,

출산까지 1주에 한 번 방문 후 검진.

 

갈 때마다 몸무게를 재고, 혈압을 재고, 아기의 심박수를 재면서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임신 중기 쯤부터는 배둘레도 잼.

28주 때 남편과 나에게 백일해 예방접종을 해줌. (무료)

같은 날 독감 예방접종 주사도 같이 놓아줌. (역시 무료)

 

내가 다니던 마터니티 클리닉에 있던 의사들은

모두 풋힐스 병원의 산과에서 근무하는 OB들로,

출산 때 그 OB들 중 한 명과 함께 하게될 거라고 했음.

마터니티 클리닉에서 만났던 OB중 한 명을 실제로 풋힐스에서 만났음.

 

 

 

 

 

<출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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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터니티 클리닉에서

주기적이고 짧은 수축이 오면 바로 출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늘 들어왔었기 때문에

34주에 규칙적인 수축이 있어서 (3~5분 간격)

풋힐스 triage에 가서 수축 모니터링을 위한 기계를 달고 검사와 내진을 받은 적이 있음.

모니터링을 한 결과, 수축이 주기적이고 간격이 짧기 때문에 출산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며,

당장 오늘 출산을 하게될 가능성도 있지만, 34주나 되었기 때문에 아기는 아무 문제없이 살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심.

의사는 두 분이 오셔서 검사를 해주셨는데 그 중 한 분은 한국인이셨음.

그리고 시간 차를 두고 내진한 결과 0cm 라고 집에 가도 좋다고 말씀하심.

 

짧은 텀으로 계속 수축이 오면 병원에 가야한다해서 그 말을 듣고 갔는데,

막상 갔더니 자궁문이 전혀 열리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집으로 돌려 보내졌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집에 도착한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 비슷한 패턴으로 수축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나는 언제 병원으로 가야하는지를 잘 모르게 되어버림.

 

 

38주에 흔히들 이슬이라 부르는 피가 나옴.

가진통인지 뭔지 애매한 자궁 수축도 여러 번 찾아옴.

근데 임신 후기에는 자궁 수축이 제법 자주 온다고 알고있고,

짧은 텀의 수축이 그동안 계속 일상적으로 있어왔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음.

 

 

아무튼 수축이 오는 게 완전 규칙적이지 않으면 그건 진짜 진통이 아니라하길래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수축이 오는 주기나 확인해보자 하고 진통 어플을 켜고 수축이 올 때마다 누르다보니

어느 순간 "병원으로 가세요" 라는 알림이 뜸.

병원에 가라고 했으니 일단 풋힐스 5층 triage에 가봄.

저번처럼 또 별일 아니라 할 것 같긴 했지만, 어플이 일단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기도 했고,

또 이슬도 이미 나왔고, 주수도 제법 찼으니 한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갔음.

 

병원에 도착해서 "피도 나왔고 지금은 수축도 좀 있는데요" 하니까

들어와보라 그래서 들어감.

병상에 누워서 혈압 재고 수축 모니터 달고 한참 지켜보더니

이정도 수축은 괜찮습니당 집으로 가세용- 하길래

아 저번이랑 비슷한 상황인가보다 싶었지만

"그래도 내진 한번 받을 수 있을까요??" 라고 요청함.

그럼요~ 하지만 자궁은 아직 안 열렸을 거예요~ 하면서 내진하더니

오잉.. 4cm가 열렸네요?? 오늘 집에 못 가시겠는데요 ㅎㅎ

라고 말씀하시고는 그 길로 다시 병상을 배정받음.

 

병원 내부를 조금 걷다오세요~ 해서 좀 걷다 가서 내진하니 6cm

짐볼 조금 타보세요~ 하고 짐볼을 내어주길래 팡팡 좀 타다가 다시 내진하니 8cm

근데 전혀 아프지는 않음. 일상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냄.

 

 

8cm가 열린 채로 분만실 배정을 받아서 그리로 이동함.

 

분만실에 도착해서 에피듀럴 맞음 (무통 주사)

 

옥시토신 투여 받음 (촉진제)

9cm 열림.

 

양수를 터뜨림. 양수를 터뜨리면 진행이 좀 더 빨라진다고 함.

9.5cm 열림.

 

마지막 0.5cm까지 완전히 다 열려야하는데 진행이 더디다고 함.

덜 열린 부분이 남은 채로 출산을 시도하면 위험해서 다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던 거 같음.

 

계속 기다리며 내진하다가 진행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결국 양수 주입술을 받음.

주입한 양수와 아기 심박수를 모니터링하는 기계를 삽입(?)함.

 

 

잠이 들었는데 내진하고 깨우더니 다 열렸으니 힘주기 시작하자 그래서 힘주기 시작함.

어떻게 힘주는지도 옆에서 친절하게 다 알려줌.

 

무통주사를 맞고 있어서 전혀 아프지는 않음.

어떤 느낌이었냐면

똥이 전혀 안 마려운데 그래도 똥을 꼭 눠야하니 힘을 주세요

해서 한번 힘을 줘보는 딱 그런 정도의 느낌이었음.

 

아기가 많이 내려왔다고 함.

근데 아기가 천장을 보는 방향으로 누운 채 내려오고 있어서

1. 제왕절개를 하든지

2. 아기의 방향을 돌려서 계속 출산을 시도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함.

 

이 때 제왕절개를 했었어야했는데.... 아는 게 힘이고 쌉 무지했던 게 나의 잘못임.

 

 

10센치도 안아프게 다 열렸고 무통까지 맞았는데 제왕절개 가면 좀 억울하겠는데 라고 단순하게 생각을 하고서

2번 옵션을 선택하겠다고 말함.

아기 방향을 돌려서~ 라고 엄청 쉽게 말하길래 별 일 아니게 쉽게 돌릴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스페셜리스트가 와서 자궁 안으로 손을 넣어서 아기 머리를 꽉 잡고 180도 돌리는 거였음.

미끄러지지않게 한번에 돌려야해서 아기 머리를 엄청 꽉 잡는다고 들음.

태어나고나서 보니 아기의 양쪽 귀 윗부분 머리에 의사 손가락으로 꽉 잡혀서 눌린 모양으로 빨갛게 되었는데

눌린 자리에 내부에서 출혈이 있었다고 들었음 ㅜㅜ

출산 후에 결국 머리가 많이 부어서 계속 아파하고 울어서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병원에서 신생아용 타이레놀을 처방하고 투약했음.

 

아기를 돌릴 땐

아기가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 공간을 만들어야해서

이미 골반까지 많이 내려온 아기를 다시 위로 쑥 밀어넣은 다음 돌린 거라

아기를 돌린 이후에 처음부터 다시 힘주기를 시작해야한다고 함....

그리고 이 때 연결해놓은 무통주사가 빠짐. 처음에는 무통이 빠진 줄 몰랐음.

 

한참 힘주기를 하던 중에 어마어마한 진통이 갑자기 와서 힘을 못주고 거의 기절해있었는데,

마취과 의사가 응급 수술에 들어가있다고 해서 지금 와서 손봐줄 수가 없다함.

결국 한참 기다린 후에 응급 제왕절개로 넘어감.

아기는 3시간 정도 골반에 끼어있었다고 함. 제왕절개인데도 콘헤드로 태어남 ㅜㅜ

(그 정도 규모의 병원인데 마취과 의사가 한 명 밖에 없을 수가 있는 건가....?? 아직도 미스테리..)

 

아기가 태어나고보니 황달이 있었음.

아시안 아기들에게, 남자 아기들에게, 그리고 출산 과정에서 생긴 두혈종으로 인해서

아기에게 황달이 생긴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고 함.

빌리루빈 수치를 검사하기 위해 채혈을 해야하는데,

아기의 발바닥 뒤꿈치 부분을 칼날로 포 뜨듯이 베어낸 다음 종아리를 잡고 좍좍 올리면서 발 뒤꿈치에서 핏방울을 짜냄.

작은 통이지만 그 통 가득 피를 모아가야해서 한참을 잡고 짜내고

피검사를 할 때마다 아기는 울고불고 난리가 남.

 

자연분만을 할 줄 알고 1박 2일 예상하고 처음 병원에 갔는데,

응급 제왕을 하게되어서 다시 2박 3일을 예상했는데,

아기 황달 때문에 빌리루빈 수치 추적하고 광선치료 받느라 퇴원이 훨씬 더 늦어짐.

 

병원에 방문했다가 4cm 열렸단 얘기 듣고 입원했던 날로부터 총 5박 6일을 병원에서 있었음.

19일에 입원

24일에 퇴원

 

 

 

 

 

 

 

 

<출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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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퇴원하고 집에 와서 아기랑 잘 지냄.

종아리가 엄청 많이 부었음.

제왕절개를 하면 많이 붓는다고 하기도 했고,

병원에 있는 동안 매번 부어있는 다리를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다림.

임신 후기 때보다 훨씬 심하게 부어있긴 했음.

 

 

퇴원 바로 다음날이었던 수요일, 하루를 또 재밌게 보내고 밤에 잠이 들었음.

근데 자다가 숨이 잘 안 쉬어져서 잠에서 깨어남.

가만히 자다가 숨이 차서 잠에서 깨는 건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응?? 왜 방금 숨이 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심호흡 해봄.

호흡이 좀 달리는 느낌이긴 했는데 그래도 숨은 잘 쉬어져서 꿈꿨나.. 하고 다시 잠이 듦.

 

다음날인 목요일, 밤에 잠이 들었는데 또 숨이 차서 잠에서 깸.

이틀을 연달아서 낯선 증세가 반복이 되니까 뭔가 내 몸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크게 심호흡을 해보니 전날과 똑같았음.

평소에 최대로 들이마시던 양에 비해서 숨이 더 적게 쉬어지는 느낌.

 

날 밝으면 병원 가봐야지 하고 네이버에 검색을 해봄.

출산 이후 생긴 폐부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함. 쉽게 말하면 폐에 물이 찬 거.

이뇨제 처방을 받고 집에 와서 처방받은 이뇨제를 먹으니까 하루 이틀만에 다 나았다는 후기를 보고서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달렸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날을 샘.

폐부종이 왔다던 그 사람들도 몸이 많이 부었다고 했음.

 

 

금요일 아침, 다시 출산했던 풋힐스 병원의 5층 산과 triage로 감.

퇴원을 한 이후에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다른 병원으로 가야하지만

산모 본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퇴원 이후 2주까지였나 다시 여기로 돌아오라고 그랬기 때문에

그 말을 듣고 그대로 했을 뿐.

 

왜 왔냐고 물어보길래 숨이 좀 달려서 왔다고 말함.

곧바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병상을 배정받고 누움.

소변검사 했고, 청진 했는데 일단 청진 결과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함.

혈압 기계를 달고 있었는데 높게 나올 때는 160대가 나옴.

그동안 85~90 정도 나오는 낮은 혈압으로 살아왔었고,

임신 기간에도 올라간 혈압이 100대여서

내 인생에 고혈압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낯선 상황이었음.

 

피 뽑는 사람이 와서 피검사도 함.

심전도 검사를 했는데 이상 없었음.

폐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물이 차있다고 함.

 

의사가 와서 설명을 해주었는데,

임신중독증이라고 함. 그것도 출산 후에 생기는 이상한 경우인 Postpartum preeclampsia.

임신중독증의 유일한 치료 방법이 출산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미 출산을 한 뒤이기 때문에 병의 치료법이 이미 진행된 상황이라서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함.

 

이뇨제를 처방 받아서 IV를 꽂아 투여받음.

이뇨제를 먹어서 폐에 차있는 물 뿐만 아니라 몸에 있는 수분을 다 털어낸다고 함.

이 과정에서 심하게 부어있던 다리의 붓기도 빠짐.
(부기가 표준어인 듯 하지만.. 부기라고 써두면 이게 뭔데 싶을 만큼 낯선 표기라서 그냥 붓기라고 적어봄 ㅎㅎ)

 

echo(심장 초음파)를 봐야한다고 하는데 앞선 검사를 하느라 저녁이 되어서

초음파를 보는 의사가 퇴근을 했다고 함. 내일 아침에 봐야할 거 같네요 입원 ㄱㄱ 해서

예상치 못하게 입원을 했음.

Postpartum 부서로 가서 입원함.

여러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출산한 직후의 사람들이었는데,

나만 출산한 지 1주일 된 사람이었음.

2인실이었는데,

캐나다의 postpartum 병실은 모두 모자동실이라 대부분의 병실에는 아기와 출산 직후인 엄마가 함께 있었지만

우리 아들은 집에서 엄마와 함께 있었고,

내 옆자리 산모의 아기는 니큐에 들어가있느라 병실에 없어서

우리 병실만 아기 울음소리가 나지 않고 조용했음.

 

토요일이 아침에 되어 심장 초음파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심장 초음파를 보는 의사는 주말에 출근을 안 한다고 하네요?? ㅎㅎㅎㅎ ^오^

그래서 아무런 하는 일 없이

이뇨제 알약만 꼬박꼬박 받아먹고 비타민도 받아먹고 pain meds도 받아먹고

혈압 재고 열 재고 시야에 이상이 없는지 검진 받고 틈틈이 유축하고

돌볼 아기는 없고 ㅎㅎ 그냥 잉여롭게 지루하게 주말을 보냈고요.

 

월요일 아침이 되어 심장 초음파를 보게 되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해서

퇴원 수속을 밟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제왕절개 수술 이후 퉁퉁 부어있던 다리도 한방에 원상복귀되고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차던 현상도 없어지고 끝까지 숨이 잘 들이마셔졌어요.

 

아, 엑스레이랑 초음파를 보러 갈 때마다 다른 층의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해야했는데,

매번 휠체어가 나타나서 앉은 채로 데리고 가고 데리고 옵니다 ㅋㅋ

 

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다들 많이 아픈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나처럼 멀쩡한 환자들도 모두 휠체어로 이동시켜주는 거였음 ㅋㅋ

휠체어만 밀면서 환자들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부서로 딱딱 이동시켜주는 직원들이 많이 계셨어요.

저는 오며가며 두 번씩 총 네 번 휠체어를 탔는데,

네 번 모두 다른 사람이 와서 밀어줬어요 ㅋㅋ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출산 후 약 다섯 달 반만에 써보는 임신/출산 후기였습니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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